"성수동 한남동 브랜드 오고초려"..2030 절로 몰려든다는 이 백화점

오수현 2022. 1. 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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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百 판교, 2030 팬덤 보유한
브라운야드·모노하 등 브랜드
백화점 첫 입점시켜 새 바람
유플렉스 매장 전년比 매출 2배
갤러리아명품관은 에어조던 등
한정판 운동화로 MZ세대 공략
현대백화점 판교점 유플렉스에 위치한 원더월의 우주선 콘셉트 매장. 내부는 팬사인회와 유명인 굿즈 등을 전시·판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브라운야드, 해피어마트, 라시트포, 모노하…. 중장년층에겐 다소 생소한 이들 이름은 2030 MZ세대에게 각광받는 브랜드다. 서울 성수동, 한남동, 합정동 등지에 자리 잡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종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11일 찾은 현대백화점 판교점 유플렉스(U-PLEX) 매장에는 백화점 터줏대감인 기성 브랜드들과는 다소 결이 다른 이들 브랜드 매장이 속속 자리를 잡고 있었다. 판교점 유플렉스는 총 6950㎡(약 2100평) 규모로 패션,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 총 72개 브랜드가 들어서 있다. 이 중 13개가 백화점에 처음 입점한 브랜드들이다. 작년 9월 시작한 리노베이션이 갓 마무리된 이곳 풍경은 백화점 안으로 성수동과 한남동을 들여놓은 듯했다.

MZ세대 사이에서 코트 3대장 중 하나로 꼽히는 브라운야드는 여의도 더현대 서울이 개장할 당시 입점 제의를 거절했다가 이번에 판교점에 입점했다. 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CSF의 김전 대표는 "백화점은 올드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더현대 서울이 젊은 세대의 쇼핑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현대백화점의 파격적인 시도는 앞서 지난해 2월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이 기획한 MD(상품 구성) 발굴 프로젝트에서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가능했다. 현대백화점 MD 담당자들이 발품을 팔아 발굴한 온라인 기반 신진 브랜드 몇 곳을 더현대 서울이 입점시킨 결과 백화점을 외면하던 2030세대 발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더현대 서울을 찾은 고객 중 20·30대 비중은 나머지 15개 현대백화점 타 점포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은 57%에 달했다. '2030세대는 온라인에서 옷을 산다' '백화점 주 고객은 중장년층'이라는 유통업계 통념을 뒤집은 결과다.

이희석 현대백화점 영패션팀 수석은 "성수동, 한남동에서 잘나가는 영패션 사업자들은 백화점 입점이 브랜드 정체성에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까지 갖고 있다"며 "이들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은 삼고초려가 아닌 오고초려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쉽지 않았다"고 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들 브랜드 특성에 맞춘 디자인 시안을 보여주며 설득했다. 해외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인테리어와 은은한 펜던트 조명 등으로 명품 매장 수준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우주선 내부를 모티브로 한 과감한 설치물을 들이기도 했다.

판교점의 이번 변신은 당장 젊은 고객들 유입으로 이어졌다. 유플렉스 매장이 리노베이션을 끝내고 새롭게 문을 연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이곳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0% 급증했다. 유플렉스를 방문한 고객들이 백화점 내 다른 매장까지 찾으며 같은 기간 판교점 전체 매출은 80% 늘었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의 기존 관습을 깨는 시도는 이미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은 지난해 명품관에 운동화 편집 매장인 '스태디엄 굿즈'를 들여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족을 공략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코로나19 여파로 입점 브랜드들이 빠져나가며 장기간 공실이 된 공간을 기존 대형마트에선 볼 수 없었던 수영장, 자동차 쇼룸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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