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짐싸거나, 망하거나..똘똘한 일자리 멸종위기 부산 대구

우성덕,박동민,서대현,최승균 2022. 1. 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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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쇠퇴가 지방 침체로
대구百 6개월째 휴점상태
부산 '선박도시' 명성 옛말
20대취업자 1년새 8% 줄어
매출1조 현대글로벌서비스
R&D인력 수도권 이전 추진
원전 협력사들 포진한 경남
4년새 100여업체 사라져
"법인세 차등적용을" 요구커져

◆ 2022 신년기획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② 기업도 없고 일자리도 없고 ◆

지난 6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 있는 향토 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이 지난해 7월 폐업한 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우성덕 기자]
지난 6일 대구 중구 동성로 법무사회관 앞. 이곳은 3.3㎡당 공시지가가 1억4190만원으로 대구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이다. 하지만 법무사회관 앞에 위치한 10층 규모의 대구백화점(대백)은 6개월째 휴점 상태다. 평일 유동인구 50만명, 주말이면 100만명이 오가는 대구 최대 상권이지만 대백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7월 52년 만에 영업을 중단했다. 대백은 구본흥 창업주가 1969년 동성로에 10층짜리 백화점을 개점하면서 지금 자리에 들어섰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연매출 6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대구 대표 기업이었다. 하지만 2003년부터 수도권 대형 백화점들이 잇달아 대구에 진출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2020년 기준 175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지방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던 향토 기업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향토 기업들이 몰락하면서 지역사회는 일자리 감소와 청년 유출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지역 경제계는 '지방 기업 법인세 감면' 등을 요구하며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부산은 기업들의 수도권 이전 가속화로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2016년 12월 부산에 둥지를 튼 현대글로벌서비스가 그런 경우다. 이 기업은 5년 만에 연구개발(R&D) 인력을 수도권으로 이전하려 하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해 부산에 신설 법인을 세웠다. R&D 인력 90여 명을 포함해 직원 500여 명, 매출 1조원 규모의 부산 10위 기업이다. 선박 엔진 수리 서비스와 육상 플랜트가 주력 사업이며 특히 최근 10년 내 부산에 온 유일한 대기업 계열사다. 이에 핵심 인력이 대거 빠져나간다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한때 부산을 대표하던 제조 기업인 한진중공업도 32년간의 굴곡진 역사를 뒤로하고 간판을 내렸다. 지난달 한진중공업은 HJ중공업으로 회사 이름을 변경했다. 한진중공업 둥지인 부산 영도조선소는 대한민국 조선 1번지로 불릴 만큼 대한민국 조선 발전사와 맥을 같이한다. 한진중공업은 한때 조선 부문과 건설 부문 활황에 힘입어 거침없는 성장 가도를 달렸지만 세계 불황 여파를 견디지 못한 채 적자에 허덕이다 동부건설을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에 조선소를 매각했다.

원전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경남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창원의 원전 부품 업체인 에스에이에스(SAS)다. 이 업체는 2018년 10월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이후 2년 만인 지난해 초 문을 닫았다. 원전 핵심 부품인 셸(shell·원자로 내부 구조물)을 가공해 두산중공업에 납품하던 이 회사는 해당 분야에서 한때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탄탄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 신고리 5·6호기 납품을 끝으로 관련 수주를 하지 못했다. 결국 1994년 창업한 이 회사는 28년 만에 문을 닫고 다른 선박 회사로 넘어갔다.

창원뿐만 아니라 인근 김해, 함안 등 경남 지역 원전 부품 업체들은 마지막 원전인 신고리 5·6호기 납품이 사실상 끝난 2020년까지 약 4년 동안 상당수가 폐업했다. 두산중공업 협력업체만 2016년 320개에서 2020년 227개로 100개가량 줄어들었다.

지방 기업의 몰락은 자연스레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시의 20~29세 청년 취업자 수는 2016년 23만7000명에서 매년 감소해 2020년 21만8000명으로 5년 전보다 8%나 줄었다. 대구시도 같은 기간 16만3000명에서 15만명으로 7.9% 감소했고, 울산시는 7만8000명에서 6만5000명으로 무려 16.6%나 줄었다. 경남도 같은 기간 21만1000명에서 17만9000명으로 20대 취업자가 15%나 감소했다.

지역 경제계는 청년 이탈 방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지방 기업에 대한 법인세 차등 적용과 지방 장수 기업에 대한 법인세 추가 감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울산상공회의소와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는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에 건의했고, 여야 각 정당에도 20대 대선 공약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이윤철 울산상의 회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성장은 범국가적인 공동의 목표"라며 "수도권으로 집중된 경제력을 분산하고 기업과 청년을 지역으로 유인하는 실질적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성덕 기자 / 박동민 기자 / 서대현 기자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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