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화 못 믿겠다" 자국 통화 폭락에 가상화폐로 쏠리는 터키인들

이슬기 기자 2022. 1. 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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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금리 인하 정책으로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터키에서 가상화폐 거래량이 급등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에르도안 정부가 지난 9월 이후 기준금리를 계속 내려 시중에 통화량이 늘자 외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리라화에 대한 불신도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터키인들이 가상화폐를 마구 사들이고 있는 것은 정부의 '거꾸로 정책'으로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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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금리 인하 정책으로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터키에서 가상화폐 거래량이 급등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에르도안 정부가 지난 9월 이후 기준금리를 계속 내려 시중에 통화량이 늘자 외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리라화에 대한 불신도 커졌기 때문이다.

터키 리라화. /로이터 연합뉴스

블록체인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 BTC터크, 로컬비트코인스 기준 리라화를 사용한 가상화폐 거래액은 최근 하루 평균 18억 달러(약 2조1465억원)로 증가했다. 이는 2019년 국제결제은행(BIS) 조사 당시 거래액(710억 달러)과 비교하면 소액이지만, 최근 5개 분기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터키인들은 특히 스테이블코인(달러화 등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된 가상화폐)인 테더(Tether)를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상화폐 정보 제공업체 크립토컴패어는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리라화가 달러와 유로화를 제치고 테더와 가장 많이 거래된 통화라고 밝혔다.

앞서 터키 정부는 지난해 4월 가상화폐를 지불 수단으로서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그런데도 터키인들이 가상화폐를 마구 사들이고 있는 것은 정부의 ‘거꾸로 정책’으로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데 따른 것이다. 터키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 1위인 36%를 기록했다. 달러화 대비 리라화 가치는 지난해 9월 이후 40%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자국 통화에 대한 터키인들의 불신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보도에 따르면 터키 시중은행 예금 가운데 달러화와 유로화 등 외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65%를 넘는다. 문제는 정부가 시중은행에 예치된 달러화를 빌려 리라화 가치를 떠받치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화 예금 출금 행렬이 잇따를 경우 정부가 은행들에 예금을 리라화로 환전하도록 압박할 거란 우려가 커지면서 스테이블 코인 매입 쏠림현상이 발생했다고 WSJ은 분석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로의 에스라 알페이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WSJ에 “리라화 가치가 수 개월 간 높은 변동성에 시달렸고 인플레이션도 계속 상승세”라며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단기적 헤지(위험회피) 수단이자 장기적 고수익 투자수단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연간 물가 상승률이 30%를 훌쩍 넘은 것에 대해 “터키의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부당한 숫자”라며 ”올 여름에는 정부의 조치가 결실을 맺어 부당한 가격 인상을 억제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번 달 터키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40%를 넘어설 것이라며 “마이너스 실질금리와 높은 대출 증가율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하고 리라화 가치를 계속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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