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로비드 2만회분 첫 도착.."재택치료 환자에게 적시 배송이 관건"

[코로나19 험난한 일상회복]확진판정까지 1~2일 걸리는데 증상뒤 5일내 복용시작 필수
환자 늘어나면 지자체 전달망 과부하..민간 택배 활용의견도

정부가 제약사 화이자로부터 구매한 코로나19 경구용(먹는) 치료제가 13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하고있다. 인천/공항사진기자단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13일 인천공항으로 도착했다. 14일부터 환자 처방이 시작되는데, 증상 발현 뒤 5일 이내에 복용을 시작해야 해 빠른 전달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으로 2만1천명분의 팍스로비드가 도착해 충북 오창 유한양행 물류센터로 수송됐다고 밝혔다. 의약품 유통업체인 유한양행은 팍스로비드를 14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담당약국 280개소와 생활치료센터 89개소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달된 치료제는 14일부터 증상발현 5일을 넘기지 않은 65살 이상 혹은 면역저하자 가운데, 경증·중등증 증상으로 집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에게 우선 공급된다.

먹는 치료제 처방을 앞두고 이날 예행 연습을 실시한 지방자치단체들은 큰 문제 없이 환자에게 약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현재 65살 이상 환자가 많지 않아 먹는 치료제 수요가 많지 않고, 배송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투약 지침상으론 보호자가 수령하도록 돼 있으나, 지자체가 집까지 대부분 배송할 계획이어서 약을 받기 위해 보호자가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팍스로비드를 증상 발현 뒤 5일 이전에 전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증상이 나타나고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하루·이틀 시간이 더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처방이 필요한 환자는 유전자증폭(PCR)검사 결과 통보와 동시에 약을 전달받아야 복용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거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일부에선 재택치료키트가 환자들에게 제때 배송되지 않았던 것처럼 치료제 배송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나온다. 앞서 재택치료를 경험한 환자 63명을 대상으로 <한겨레>가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확진 후 이틀 내에 키트가 배송됐다’는 답변은 49.2%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확진 뒤 5일 이후에 배송 받았다’는 대답도 11.1%, ‘오지 않았다’는 답변도 6.3%였다. 먹는 치료제가 재택치료키트처럼 배송이 지연되면 약을 받고도 복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팍스로비드는 빠른 배송이 중요한데,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확진자가 수만명까지 급증하면 결국 지방자치단체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보다 빠르게 치료제를 전달하기 위해서 기존에 우리 사회에서 유통망을 갖고 있는 택배사 등을 이용한 배송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방역 당국은 일단 처방을 진행하면서 검토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현재는 지자체별로 약국에서 배송하거나 배송을 대리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환자)가족들이 차량에서 약을 수령하는 부분도 활성화 할 계획”이라며 “배송을 진행하면서 보완해야할 지점이 나오면 최대한 빠르게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