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구하려 끝까지 조종간 안 놓은 공군 조종사들

박대로 2022. 1. 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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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심정민 소령, 11일 제공호 추락으로 사망
이상희 대위, 1991년 F-5A 충돌로 순직
김도현 소령, '06년 어린이날 행사장 피해

[서울=뉴시스] 11일 오후 1시 44분께 경기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 태봉산 일원에 F-5E 전투기 1대가 추락한 가운데 군 관계자가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경인일보 제공) 2022.01.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KF-5E 제공호 전투기 추락 때 조종사인 심정민 소령이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탈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공군 조종사들이 민간인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일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13일 공군 비행사고 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추락한 KF-5E 제공호 전투기 조종사는 공사 64기로 2016년 임관한 심정민 소령이다. 1993년생으로 올해 29세인 심 소령은 F-5를 주기종으로 5년간 임무를 수행했다.

심 소령이 조종하던 KF-5E는 지난 11일 오후 1시43분께 정상적으로 수원기지에서 이륙했다. 이륙 후 상승하면서 왼쪽으로 선회하던 중 양쪽 엔진에 화재 경고등이 들어왔다.

심 소령은 상황을 전파하고 긴급 착륙하기 위해 수원기지로 선회했지만 조종 계통 결함이 추가로 발생했다.

조종 계통 결함 발생 사실을 전파함과 동시에 항공기 기수가 급격히 떨어지자 조종사는 비상 탈출 의사를 표명했다. 항공기 진행 방향에 다수의 민가가 있었다. 심 소령은 이를 피하기 위해 비상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회피기동 중 민가로부터 100m 떨어진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투기의 비상탈출좌석은 F-16 항공기와 동일한 신형 사출좌석(KR16)으로 교체돼있었다. 이에 따라 항공기 속도(0~550노트)와 고도(0~5만 피트)에 무관하게 안전하게 사출이 가능하다. 탈출 기회가 있음에도 심 소령이 탈출을 하지 않은 셈이다.

[서울=뉴시스] 故 심정민 소령. 2022.01.13. (사진=공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심 소령의 희생에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이 애도를 표했다. 라캐머라 사령관은 누리소통망을 통해 "유엔사, 한미연합사, 주한미군을 대표해 지난 화요일 순직한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의 유족, 친구 그리고 공군 장병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국민을 지키려다 순직한 그의 희생을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군 조종사들이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희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공군은 조종사들에게 동체 착륙이나 비상 탈출이 필요할 때 조종사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조종사들이 자기 생명이 아닌 민간인 구조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희 대위는 1991년 순직했다. 1991년 12월13일 오후 훈련 임무를 마치고 광주기지로 귀환 중이던 F-5A 전투기 두 대가 기지 인근 상공에서 공중 충돌해 추락했다. 그 중 한 대에 학생 조종사였던 이상희(학군 17기) 대위가 탑승해 있었다.

이 대위는 충돌 직후 낙하산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기체가 가옥이 밀집한 마을을 향해 급강하하자 이 대위는 조종간을 끝까지 당겼고 결국 순직했다.

김도현 소령은 1996년 공군사관학교 44기로 임관한 전투조종사였다. 2005년 2월 블랙이글스 특수비행팀 조종사로 선발된 김 소령은 에어쇼 55회 참가 기록을 가진 뛰어난 조종사였지만 2006년 5월5일 개최된 어린이날 축하 에어쇼 시범비행 도중 항공기 기체 고장으로 순직했다. 김 소령은 사고 당시 비상탈출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행사장에 운집한 어린이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추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붙잡았다.

공군은 순직한 조종사들의 가족을 돕기 위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1982년 순직한 조종사 고 박광수 중위의 부모가 28년 동안 모은 유족연금 1억원을 기부했고 조종사들이 기부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 9월 하늘사랑 장학재단이 설립됐다.

[울산=뉴시스]유재형 기자 = 울산시는 ‘김도현 공군중령 추모사업회’(대표 최광식)가 오는 4일 오전 11시 울산대공원 현충탑에서 순국 15주기 추모식을 거행한다고 3일 밝혔다. 2021.05.03. (사진= 울산시 제공)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늘사랑 장학재단은 공중근무 중 순직한 조종사의 유자녀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취학 전 유아부터 대학생까지 유자녀들에게 연 2회 장학금이 지급된다.

일각에서는 노후 전투기 고장 탓에 조종사들이 민간인을 구하고 희생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F-4 팬텀과 F-5 타이거 등 노후 전투기가 수리를 통해 인위적으로 수명을 연장했다. 군 당국은 전투기 수를 400여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F-4와 F-5를 퇴역시키지 않고 있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F-4와 F-5를 합쳐 17대가 추락했고 조종사 10여명이 순직했다. F-4와 F-5를 대체할 한국형 전투기 KF-21 120대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양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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