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9위마저..'광주 붕괴사고' 남일 같지 않은 건설업계

유엄식 기자 2022. 1. 13. 16: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상공 촬영. 39층 높이의 아파트 3분의 1 가량의 바닥과 구조물, 외벽이 처참하게 무너져 있다.(광주시 제공 영상 캡처)2022.1.13/뉴스1

"남일 같지 않다"

믿기 어려운 대형 붕괴사고에 잇따라 휘말린 HDC현대산업개발의 모습을 지켜본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시공능력평가 9위 대형 건설사마저 이 같은 부실시공 위험에 노출된 현실을 제도 개선을 통해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과 공동 시공을 진행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3일 "외부에선 이번 일로 경쟁 업체 한곳이 타격을 받아 반사이익을 보지 않겠냐는 생각도 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번 기회에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겨울철 안전사고 집중…적정 공기 확보해 위험 줄여야
건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처럼 아파트 공사 중 건물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는 매우 이례적이나, 안전사고가 특히 겨울철에 집중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붕괴 영상을 보면 이번 사건도 콘크리트 양생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양생에 소홀했다는 것은 결국 공사기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현장에 비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콘크리트 양생이 잘 안된다"며 "법적 기준보다 더 보수적으로 진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양생은 콘크리트 타설 후 적정 강도를 확보할 때까지 굳히는 작업이다. 이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거나 표면이 비, 바람 등에 노출된 상태에서 증축을 지속하면 하부가 상부 건축물 하중을 견디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1동 건물은 층별로 12일부터 18일까지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고 반박하고 있어 정확한 사고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2022.1.12/뉴스1

일각에선 법령상 콘크리트 양생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콘크리트는 시공 중이거나 시공 후 5일간은 콘크리트 온도가 섭씨 2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적정 강도 확보를 위해 이 기준을 좀 더 보수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시공사가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공기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약속된 공사 기간에서 조금이라도 늦으면 지체보상금을 물리기 보다 예정된 공기의 10% 이내에선 시공사가 자율적으로 공기 연장을 신청하고, 이에 따른 비용을 충분히 반영해주면 사고 발생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축 아파트는 층고가 30층을 넘어 예전보다 건물 하중이 훨씬 무겁고 지하주차장 및 부대 시설, 단지 내 조경 등 세부 공정에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 현재 단지 규모별로 2~3년 수준인 아파트 공사 기간을 좀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 발주처도 인식 개선해야...작업중지권 제도 정착 필요성도
민간 뿐 아니라 공공 부문에서도 공기를 독촉하는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중소 건설사 현장소장은 "겨울철엔 시공사 입장에서도 가급적 타설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작업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그런데 그에 따른 공기 지연과 현장 관리비용을 전혀 반영해주지 않는다. 매일 공정률을 묻는 독촉 전화도 걸려온다. 위험을 감내하고 작업을 밀어붙일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했다.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들이 도입한 '작업중지권'을 현장에 제대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현장 근로자들이 작업 진행 전 날씨 등 주변 여건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일단 작업을 중단하고 이후 안전한 환경이 되면 진행하는 방식이다. 공사 지연에 따른 비용은 건설사가 보상한다.

일부 건설사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로 중대재해법 개정 요구 동력이 상실된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건설사들이 먼저 안전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예방활동을 강화해서 악화된 여론 분위기를 스스로 바꿔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관련기사]☞ "성행위 비롯해 원하는 걸 다 해준다"…이모부와 노예 계약한 조카유재석 "내가 업고 부대 출근시켰잖아"…이정재 "우리 방위였다""먹고 싶은거 고르랬더니 주방세제 담아"…마음 울린 어린 남매"아이 낫게 하려 성매매, 개똥 먹고 소변 핥은 엄마"김동희, 1년만에 학폭 인정 "미성숙한 행동 반성…피해자에 사과"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