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일파만파..길어지는 정몽규의 '침묵'
[경향신문]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여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학동 붕괴참사 당시 사고 발생 이튿날 광주를 찾아 사과한 것과 대비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주택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고 사흘째를 맞은 13일 현산은 “실종자 수색과 안전관리가 최우선”이라는 말 외엔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앞선 12일의 경우 유병규 현산 대표가 현장을 찾아 사과했고, 전체 65개 사업장의 공사를 중단하고 안전점검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고원인과 관련해 ‘부실시공’ 논란이 일고 있는 콘크리트 타설 등 공사기간 문제에 대해선 “규정대로 진행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전날 20% 가까이 폭락했던 현산의 주가는 이날도 하락했다. 오전 한때 1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오후들어 소폭 만회하며 전날(2만850원)보다 1.20% 내린 2만600원에 마감됐다. 현산은 전날 공시를 통해 ‘투자판단관련주요경영사항’으로 광주 붕괴 사고 및 전 사업장 일시 공사 중단 사실을 알렸다.
사고 여파는 확산되고 있다.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 측은 현산과의 계약 취소를 위한 법률자문에 착수했고, 강남의 일부 재건축 단지쪽에서도 시공사측 컨소시엄에서 현산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합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 화정 아이파크 수분양자 중에는 분양취소소송 등을 검토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현산이 새 정비사업을 수주하기는 사실상 어렵게 됐고, 기존 사업 역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시장에서 외면받을 경우 사실상 주택시장에서 현산이 퇴출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의 침묵도 길어지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학동 붕괴참사 발생 이튿날 현장을 찾아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약속한 바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는 현장에 머물며 사태를 수습하면서도 아직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않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는 유 대표와 함께 하원기 당시 전무를 각자(공동)대표이사로 발탁했다. 하 대표는 아이파크 건설현장 소장 등을 지낸 현장전문가로, 현장안전관리에 더욱 신경쓰겠다는 의도가 담긴 인사이기도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침묵에 대해 “사고책임소재를 놓고 자신의 거취문제 등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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