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깃은 대기업..'피소' 공포 속에서 일해야 하는 처지"

이준기 2022. 1. 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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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걱정이 안 되겠습니까? 이미 첫 타깃이 대기업이 될 거라는 게 중론이잖아요."

국민연금이 작년 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2017년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의 핵심인 주주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는 작업을 마치고 올해부터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재계 고위 관계자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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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강화 방침에 '반발'
"기업 결정을 개인에 묻다니..종업원도 잠재 피해자"
"코에 걸면 코걸이 식..수탁위 견제수단도 없어"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왜 걱정이 안 되겠습니까? 이미 첫 타깃이 대기업이 될 거라는 게 중론이잖아요.”

국민연금이 작년 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2017년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의 핵심인 주주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는 작업을 마치고 올해부터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재계 고위 관계자의 우려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소송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하지만, 결국 기금운용본부나 수탁위가 결정하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작업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소송으로 몰아붙인 뒤 “기업의 모든 경영판단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공포 속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안이 대기업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상장사의 경우 회사 전체 주식의 0.01% 이상, 일반 법인은 1% 이상만 갖고 있어도 주주대표 소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에 종사하는 한 임원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물리게 되는 셈”이라며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의 손해배상 피소 우려로 기업인들은 과감하고 창의적인 의사결정 책임을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인력·비용의 여유가 없어 주주 이익에 궁극적으로 반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결국 기업 경영을 위태롭게 해, 임직원·소액주주 등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소액주주·종업원까지도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는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국부펀드의 자국 기업 소송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선례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글로벌 평판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부는 주주대표소송은 장기적 가치 상승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제소는 기업에 부정적 여론과 평판 악화 등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외국 파트너들이 자국 내 국부펀드에 제소당한 회사와 비즈니스를 하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수탁위를 견제한 마땅한 장치가 없는 점도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수탁위가 소송 제기 결정을 내리면 되돌릴 수 없으며, 그걸로 끝”이라며 “안 그대로 미·중 패권경쟁,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국내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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