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결별한 김종인, '이재명 우군' 될까

박성의 기자 2022. 1. 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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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선대위 나오자마자 與 '김종인 역할론' 부각..여론은 '글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2016년 6월28일 국회에서 만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김종인 당시 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쳐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거취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이 김 전 위원장을 선대위로 불러들이려 한다는 소문이 무성해지면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사실상 버려진 김 전 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간접적으로라도 지원할 경우 대선판이 세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12일 오전 본인의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인 박 의원과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박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은 오랜 '정치적 사제관계'로 알려져 있다. 2016년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을 당시 박 의원이 비서실장을 맡았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1일 박 의원의 《박용진의 정치혁명》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취재진이 김 전 위원장에게 '민주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냐'고 묻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실제 이후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 선대위의 '원톱' 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박 의원이 "왜 험한 곳(국민의힘)으로 가려하나"며 김 전 위원장을 만류했지만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 측과 갈등을 빚은 끝에 선대위를 하차하면서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측의 '해고 통보'에 분노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광화문 사무실에 머물며 윤 후보 측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을 찾기도 했지만 윤 후보와는 일절 연락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시사저널과 만나 "지난 토요일(8일) 김종인 전 위원장과 식사를 했다. 장외에서라도 (윤 후보를) 돕는 역할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며 "김 전 위원장이 말하기를 '나는 도와주고 싶다고 했는데 자기들이 싫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이 굳이 다시 (선대위로) 갈 필요성을 못 느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을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면담한 뒤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김종인 역할론'을 띄우며 김 전 위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을 만난 박 의원은 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우리 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간접 지원과 조언을 부탁드렸다"며 "이 후보에 대한 지지와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김 전 위원장이) 여러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김종인 전 위원장께서 윤석열 후보를 다시 도우러 가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 DNA'를 가진 선배 정치인이다. 던지는 의제를 봐도 굉장히 진보적이고 이재명 후보의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며 "김 전 위원장이 문재인 정권을 비토할 수는 있지만 이 후보는 문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정치인이다. (이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함께 간다면 그것 역시 큰 틀에서의 정권교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김종인 역할론'에 국민의힘 측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의원 말은 믿기 어렵다. 김 전 위원장께서 여러 가지 생각이 있으실 텐데 그런 이야기 듣고 와서 떠들어대는 정치인들 이야기로 판단할 수 없다"며 "와서 덕담 한 번 해준 것으로 밖에 나와서 정치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함부로 하는 가벼운 정치인 이야기를 믿을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가 강하신 분인데 윤 후보자 선대위에서 물러나셨다고 다시 마음을 바꿔서 정권을, 이 무도한 정권을 연장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하시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이) 당 선대위 개편 과정에 물러나신 것이지, 정권교체의 의지가 바뀐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김 전 위원장이 실제 민주당 캠프에 몸담을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김 전 위원장이 정권교체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고, 대선 정국에서 야당의 총괄선대위원장이 여당으로 적을 옮긴 전례도 없기 때문이다. 또 김 전 위원장이 이 후보를 돕는다고 해도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어떤 한 사람의 실수로 지지율이 빠질 수는 있지만 반대로 어떤 한 사람이 왔다고 지지율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미 여야 각 진영의 팬덤(fandom)은 결집돼 있다. 추가적인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 내려면 부동층을 움직여야 하는데 (김 전 위원장 영입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이 중립지대에 머물며 윤 후보를 이따금씩 '저격'하는 상황만으로도,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전 위원장이 당 밖에서 선대위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으면 (국민의힘은) 리스크를 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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