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경영진 먹튀도 결국은 '세금' 때문.. 스톡옵션이 뭐기에

박소정 기자 2022. 1. 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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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 행사를 위한 초기 구입 비용과 주식 취득 후 나가는 소득세 등 미리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매도한 것이었습니다. 이와 별개로 카카오페이의 가치는 저희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한 상승 여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매도 사태’ 당사자인 한 경영진의 말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의 ‘먹튀’ 논란 후폭풍이 한 달째 가시질 않고 있다. 차기 카카오 공동대표에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이 일의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사퇴했고, 카카오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미끄러진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경영진들은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초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비공개 사내 간담회 등에서 적지 않은 경영진들이 ‘개인적인 사정’을 들며 해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경영진의 말을 빌리자면, 개인적인 사정이란 다름 아닌 ‘세금’ 문제였다.

이들이 도덕성 문제를 안이하게 판단하게 된 이면에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필요한 자금 문제가 꽤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스타트업 관련 법률 자문을 다수 수행한 한 변호사는 “상장 등 기업 내부 호재를 이용한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처분은 스타트업계에서 생각보다 흔히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페이 온라인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경영진들의 모습. (왼쪽부터) 카카오페이 이진 CBO, 장기주 CFO, 류영준 CEO, 신원근 CSO, 이승효 CPO. /카카오페이 제공

◇ 세금 폭탄 감당하려면 주식 팔 수밖에 없어… 스톡옵션 딜레마

스톡옵션은 회사의 설립·경영·발전 등에 기여했거나 기여할 임직원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미리 정해진 가액(행사가액)으로 향후 회사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미래에 회사 가치가 상승할 경우 남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식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스톡옵션의 현금화까지는 총 3단계를 거쳐야 한다. ▲회사가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1단계 ▲스톡옵션을 보유한 임직원이 이 권리를 ‘행사’해 주식을 취득하는 2단계 ▲이렇게 취득한 주식을 ‘양도’(매각)하는 3단계 순이다.

문제는 주로 2단계에서 생긴다. 스톡옵션을 행사하려면, 우선 주식 수에 행사가액을 곱한 금액을 회사에 납입해야 한다. 더불어 행사 시점의 주식 시가에서 행사가액을 뺀 금액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스톡옵션 행사가액이 1주당 200원이었던 것이 향후 1000원의 가치가 된 시점에서 권리를 행사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200원을 회사에 지불하고 1000원짜리 주식을 받을 수 있는데, 차액인 800원은 근로소득으로 취급돼 세금이 매겨진다. 스톡옵션 행사자는 행사금액과 세금이라는 두 자금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취득한 주식은 매각하기 전까진 미실현 이익이기 때문에 사실상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아직 손에 쥔 돈이 없기에, 막대한 세금 부담이 공포로 다가오는 것이다.

벤처기업처럼 분할납부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스톡옵션 행사일이 속하는 당해년도에 행사 이익에 대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당장 현금이 없는 스톡옵션 행사자 입장에서는 가장 편리한 선택지인 3단계, ‘주식 매각’으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면 양도세가 또 붙는다.

이를 카카오페이 사태에 단순 대입해보면, 스톡옵션을 가장 많이 행사한 류 대표의 경우 2단계인 ‘행사’ 단계에서만 약 184억원, 나머지 7명의 경영진의 경우 약 3억~60억원 정도의 소득세가 부과됐을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참고로 류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의 스톡옵션 행사 비율은 전체의 평균 30% 정도로, 개인마다 최소 7.9%에서 최대 38.7%까지 다양했다.

그래픽=이은현

이혜인 법무법인디라이트 변호사는 “‘회사 기여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현금화하는 행위인데, 이를 막대한 세금을 부담하면서까지 그저 깔고 앉아 있어야만 하는 것이냐’란 개인 재산권 행사의 문제와 ‘그럼에도 지분을 지키면서 일반 주주들에게 이 회사가 계속 성장할 것이란 믿음을 줘야 하느냐’란 양심의 문제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대개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소득세가 과세가 되는 게 아니라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보유한 주식을 팔 때 세금을 물리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왼쪽)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부터 상장계약서를 전달받고 있다. /공동취재

◇ “사정 고려해도 너무했다”… 카카오, 계속되는 비판에 진땀

물론 규모나 시점,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카카오페이의 사태는 단순히 위와 같은 세금 부담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보상 규모가 최대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점, 주가가 치솟는 코스피200 편입 날 전량 매도를 감행하는 등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묵인이 없었다면 시행하기 어려워 보이는 단체 행동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카카오페이 경영진들도 안이한 판단이었음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주요 책임자였던 류 대표의 사퇴로, 다음 시선은 자연스레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장본인이기도 한 여타 대표 내정자들의 거취로 쏠리는 분위기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신임 대표 내정자와 이승효 카카오페이증권 신임 대표 내정자가 대상이다.

일각에선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신 내정자 역시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후보직에서 즉각 사퇴하거나 이사회가 그를 후보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카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대외적인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영진 내부에서는 예정대로 오는 3월 대표 자리를 이어받아 이들이 끝까지 책임을 지는 쪽이 낫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내정자도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류 대표가 사임한 상태라서 우선은 그 수습에 대한 책임을 지고 역할을 하겠다란 생각은 가지고 있다”며 “충분히 고민하고 행동하지 못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너무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이 거세지자 카카오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Corporate Alignment Center·CAC)는 이날 “카카오 계열의 임원은 상장 후 1년간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규정을 마련했으며 즉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신 내정자는 “향후 2년의 임기 동안 보유 주식 매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체적으로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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