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대나무숲 '블라인드' 대표 "만족도 높은 회사는.."

양소영 2022. 1. 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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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입자 417만명, 미국 160만명"
"정리해고자 사연에 수천개 댓글..익명의 공감·위로"
블라인드앱 문성욱 대표.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직장인들의 대나무숲’으로 통하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의 문성욱 대표가 약 417만 명이 사용하는 소통채널하는 채널로 성장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블라인드 문성욱 대표는 지난 12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더 블록’(이하 유퀴즈)에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성욱 대표는 블라인드 앱에 대해 “직장인들 간, 직장인과 회사가 소통할 때 필요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이에 유재석은 “익명의 커뮤니티라고 보면 된다. 내 실명이 아니라 익명으로 하다 보니까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을 마음 놓고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표는 직장인만 가입할 수 있냐는 질문에 “맞다. 회사 이메일 인증이 필수고 전문직이나 프리랜서 등은 명함으로 통해 인증해서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가입자 수를 묻자 “약 417만 명”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블라인드앱을 만들게 된 계기도 묻자 “과거 네이버에서 일했는데, 거대 조직이다 보니 딱딱한 인간관계가 많았다. 당시 사내 익명 채널이 있었는데 거기서는 사람들이 따뜻하고 위로하고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건전한 토론도 오고 가고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직장생활이 더 좋지 않을까 해서 만들게 됐다”라고 답했다.

또 기억에 남는 글을 묻자 “회사 사정으로 정리해고되는 분들이 사연을 올렸을 때 하루 이틀 만에 수천 개 댓글이 달리면서 ‘어쩐 직종인지, 우리 회사에 연락하지 않겠냐’는 댓글이 올라와서 2주 만에 직장을 구한 적도 있다”며 “재미있는 게 익명의 커뮤니티고 사실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지 않나. 차갑게 대할 것 같은데 나랑 같은 직장인이고 똑같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굉장히 공감하고 위로를 많이 해주더라”고 말했다.

문성욱 대표가 블라인드의 복지에 대해 밝혔다.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블라인드 문성욱 대표가 직장인 만족도 상위권 회사를 소개했다.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네이버와 티켓몬스터 출신 6명이 모여 만든 블라인드는 2013년 론칭과 동시에 엄청난 수의 가입자를 늘리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이러한 인기 비결에 “일종의 입소문 다단계였다. 전 직장인 네이버에서 나올 때 익명게시판이 사라졌는데, 마침 이전 직장 동료들에게 채널이랑 똑같은 서비스를 만들었으니 한번 써보지 않을래 하면 반응이 좋지 않을까 싶어 ‘그렇게 쓰면 돼’ 이랬더니 한 달 만에 약 600명이 가입하면서 안정적으로 시작했다. 티켓몬스터에서는 2주 만에 전 직원의 2/3가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블라인드를 통해 오너 일가의 갑질 경영이나 직장 내 성폭력 등의 이슈가 주목받기도 했다.

문 대표는 개발자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 “10년 전만 해도 회사생활 하면서 개인 성장은 기대하지 마라. 각자도생이라는 분위기였는데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다. 개인의 성장을 기반하지 않는 회사의 성장은 없고, 같이 성장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소통이 필수적이다. 이런 것이 아직 원활하지 않은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블라인드는 미국 서비스도 시작해 가입자 수가 160만 명을 넘었다. 그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 등 직원들이 주요 가입자다. 이런 곳들의 경우 전체 미팅이나 이사회 전에 그동안 올라온 블라인드를 미리 확인하고 관련 답변을 준비해 미팅을 한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문 대표는 한국에 비해 자유로운 직장문화를 가진 미국 직장인들의 고민에 대해서도 답했다.

그는 “다른 점도 있는데 직장인과 회사 간에 완전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허들은 똑같이 존재한다”며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 다른 회사에 대한 질문이 제일 많다. ‘연봉 많이 줘? 너희 팀은 어때? 휴가는 많이 줘?’ 이런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문 대표는 회사 직원과 자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투명성이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지금도 넉넉하지 않지만 어려웠을 때도 있다. 예상대로 잘 안 돼서 성장이 조금씩 늦어진 적이 있어서 정말 솔직하게 말했다. 잘 안 되고 있는데, 어떤 계획이 있고 회사 통장에 남은 돈이 얼마인지 다 이야기했다. 회사 통장에 남은 돈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또 회사 복지를 묻자 “큰 회사가 아니다. 한국 미국 합쳐 직원 수가 약 150명 정도다. 점심시간을 조금 길게 90분 정도다. 점심 식비를 제공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블라인드 직원은 “주 35시간 근무한다. 오전 11시 출근한다”며 “정시퇴근해도 눈치 안 본다. 6시가 되면 모두 퇴근한다”고 덧붙였다.

블라인드앱에는 각종 회사 복지가 올라온다. 김장 보조금, 부모님 용돈 지급, 웨딩카로 고급 세단 등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있다고.

블라인드 사진|블라인드 홈페이지
문 대표는 기억에 남는 타 회사 복지를 묻자 “대학내일이라고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는 회사가 있는데, 3년 정도 일하면 한 달 유급휴가를 주더라. 장기 휴가를 주는 회사는 많다. 이 회사가 기억에 남았던 건 이런 제도를 만드는데 있어서 직원들끼리 서로 협의해서 정했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매드트로닉이라는 의료기기 회사는 성과에 따라 근무시간을 단축해주는 제도가 있다. 이런 제도가 멋있다기보다는 어떤 제도를 만들었을 때 우리가 힘낼 수 있고 만족도가 높아질지를 사원이 협의해서 정했다는 거다. 회사에 기여했을 때 어떤 보상 요구할지를 스스로 정한다는 게 멋있다”고 설명했다.

또 블라인드 이용자들에게 직장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네이버웹툰, 대학내일, 메드트로닉, 비바리퍼블리카, 구글코리아, 신한카드, 부산교통공사 등이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다양한 이유로 만족을 하더라. 회사 업무와 개인 성장이 얼마나 연결됐는지, 비도덕적인 일이 일어났을 때 얼마나 공정하게 처리할 것으로 기대할지 얼마나 솔직하게 이야기가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기준을 놓고 각각 분야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회사들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청 복지가 화려하고 좋은 회사라고 해서 그거 때문에 다 행복하지는 않더라. 사실 그런 것보다는 회사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노력하고 어떤 부분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낸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굉장히 좋은 신뢰 관계가 생기는 거다. 복지가 좋고 이름 있는 회사라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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