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세수 60조' 기재부의 '엉터리 세수 추계'.."전담 인력 등 보완해야"

[경향신문]
지난해 국세수입이 본예산 당시 전망치보다 60조원 가량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정당국의 ‘엉터리 추계’가 도마에 올랐다. 재정당국은 지난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당시 본예산 대비 31조원이 더 걷히고 이후 11월에는 추가로 19조원이 더 걷혀 총 50조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봤는데, 불과 두달 만에 또다시 최소 8조원 가까이 더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본예산 기준 세수추계 오차율은 20%를 넘겨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세수 전망을 위해 세수추계를 전담하는 조직과 인력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세수동향 보고서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재정동향(2021년 11월)을 보면, 지난해 연간 초과세수 규모는 재정당국이 지난해 11월 예상한 19조원보다 최소 8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2차 추경 편성 당시 연간 세수 전망치를 본예산(282조7000억원) 대비 31조6000억원 늘어난 314조3000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4개월 후인 지난해 11월에는 초과세수 전망치를 19조원 더 늘려 잡았다. 연간 국세수입을 333조3000억원 수준으로 본 것이다.

■“정확한 연간 세수, 2월10일 발표”

하지만 이날 발표된 지난해 1~11월 국세수입은 323조4000억원으로, 2차 추경 당시 전망치보다 9조1000억원이 더 걷혔다. 지난해 12월 세수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강한 경기 회복세로 전년 동월(17조7000억원)보다 세수가 늘 것으로 예상돼 전체 초과세수는 적어도 26조8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당국이 지난해 11월 전망한 19조원과 비교해 최소 7조8000억원이 추가로 걷힐 것이란 의미다. 기재부는 11월과 12월 수·출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취업자 수 증가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 흐름이 12월 세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예상한 것보다 경제회복이 강해진 점을 감안할 때 초과세수도 당초 전망한 19조원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목별 구체적인 증가 규모와 초과세수 발생 요인 등은 2021년 연간 세수를 공식 발표하는 2월10일쯤 종합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재정당국은 지난해 7월과 11월, 올 1월 등 벌써 3번째 세수 전망치를 수정하게 됐다. 지난해 본예산 기준으로 초과세수 규모가 약 60조원에 달하고, 세수 오차율은 1990년(19.6%)보다 높은 20%를 웃돌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11월 세수실적(1∼9월)을 발표할 당시 “연말로 갈수록 자산 거래가 둔화하고 거리 두기 강화로 부가세 등 소비 관련 세수도 영향을 받으면서 세수 증가세가 꺾일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추계 오차 반복, 기재부 신뢰도 추락

기재부는 매년 7∼8월 경상성장률·민간소비 증가율·수출입 증가율·소비자물가 상승률 등 각종 경제지표 전망치와 외부 전문기관에서 예측한 증권 거래 대금·회사채 금리·주택 거래량·상용 근로자 수·명목임금 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듬해 세수를 추계한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돌발 변수와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 회복 등을 감안했을 때 어느 정도 세수추계 오차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빗나간 세수 추계는 곧 비효율적인 재정 운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세수추계 오차가 클수록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범위와 시기 등을 결정할 때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기재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세수 전망을 하면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추계 오차가 60조원에 달한다는 것은 재정당국의 세수추계 능력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기재부 세제실이나 조세재정연구원 등에 상시적인 세수 분석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이 인력과 조직을 활용해 분기별 세수동향 보고서를 내게 되면 지금보다는 안정적으로 세수추계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왼쪽)과 나주범 기획재정부 재정혁신국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1월호) 백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