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자유민주 통일' 의지 되살려야 한다

기자 2022. 1. 13. 1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성훈 前 통일연구원장 국민대 겸임교수

김정은 심기 살피기 급급한 文

실패한 퍼주기 與 후보도 재탕

통일부 폐지 주장 나오는 상황

미·중 격돌은 통일 기회 키우고

북한 긴급사태 가능성도 상존

통일의 門 열릴 상황 대비해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분단국가의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통일에 대한 철학과 헌신이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덕목을 갖춘 후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여당 후보의 공약은 실패한 햇볕정책과 북한 퍼주기의 재탕이고, 유력 야당 후보도 통일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를 폐지하거나 외교부로 흡수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통일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큰 원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남매의 심기 살피기에 급급하고 남북 대화에 몰두하면서, 통일부의 위상은 산하 부서인 남북회담본부 급으로 추락했다. 통일에 관한 사회적 논의 자체도 실종됐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는 MZ세대가 통일에 무관심하다는 이유로 통일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2022년 한국 사회는 초심으로 돌아가 통일 문제에 임해야 한다.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은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이자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막중한 책무다. 통일부의 전신인 국토통일원이 1969년에 출범한 목적은 통일에 관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통일 방안과 통일 후의 제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국토통일원이란 명칭은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이 김 씨 독재정권이 점거한 한반도 북쪽의 대한민국 영토를 회복하는 것임을 뜻한다.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큰 만큼 통일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칠흑같이 어두운 밤일수록 새벽이 가까운 것처럼, 머지않아 통일의 여명이 밝아 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특히, 통일의 외부 조건인 국제 환경과 통일의 상대인 북한의 내부가 급변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세계는 독일 통일을 기점으로 시작된 30년간의 탈냉전 시대를 지나 2017년부터 강대국 경쟁시대로 진입했다. 탈냉전 시기에 서방의 지원으로 힘을 기른 중국과 러시아가 아시아와 유럽에서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도전하며 패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강대국 경쟁이 분단국에는 통일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중 관계가 좋을 때는 한반도 분단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만큼 통일의 가능성이 낮은 반면, 미·중 대결의 와중에 분단을 둘러싼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통일의 기회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둘째, 북한의 내부 상황이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경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가장 어렵고 정권은 체제 단속의 고삐를 죄는 데 여념이 없다. 대북 제재와 자연재해에 더해 코로나19까지 겹쳐 삼중고를 견디는 데 거의 한계점에 이른 느낌이다. 최근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새해에도 “무겁고도 책임적인 고민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한 것처럼, 그가 공개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 일상화했다. 잔인한 폭정으로 집권층의 불만이 고조됐고, 정권의 통제를 뚫고 유입된 외부 정보가 주민 의식을 크게 바꿨다. 제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북한에서 긴급사태의 발생 가능성이 분단 이후 가장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내일이라도 통일의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정부와 국민이 함께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은 통일과 그 후의 통합 과정에서 예상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광범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통일을 염원하며 북녘 동포를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은 전 국민의 의무다.

남북통일의 첫걸음은 국민통합이다. 따라서 과거 정부의 좋은 정책은 초당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부는 통일준비위원회에서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고 통일운동을 활성화해서 국민의 통일 의식을 일깨웠다. 통일이 국제사회에 주는 편익을 널리 알리고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통일 외교도 활발하게 전개했다.

통일의 수레바퀴는 구르기 시작했다. 차기 대통령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통일의 문이 열리는 역사적 시점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전개될 통일과 통합의 과정이 독일처럼 수월하게 연착륙으로 마무리될지, 아니면 많은 고통을 안기며 불시착할지는 새 대통령이 통일 문제를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하느냐에 달렸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