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2030 戰士' 탄생의 기원(起源)

허민 기자 2022. 1.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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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의 선거 능력은 탁월하다.

2030의 폭발적인 분노와 저항은 대부분 586 기성세대를 향한 것이다.

기성세대가 접근하기 어려운 자유분방한 인터넷 플랫폼에서 자신들의 시공간을 창조한 2030의 분노는 586과 문재인 정부의 불합리, 불공정과 마주하면서 폭발했다.

걱정되는 건 대선을 앞둔 정치권과 기성세대가 2030의 불만을 악용하면서 사회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든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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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전임기자

2030의 선거 능력은 탁월하다. 감히 기성세대가 흉내 내지 못할 기발한 메시지를 쉬지 않고 생산·유통·소비한다. 이들의 ‘드립(ad lib)’이나 ‘짤’ ‘밈’ 속에는 분노와 저항과 짜릿한 일탈이 녹아 있다. 강력한 전염성도 있다. 분명한 것 중 하나는, 전체 유권자의 34%를 차지하는 ‘2030 전사(戰士)’들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대선에서 이기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30의 폭발적인 분노와 저항은 대부분 586 기성세대를 향한 것이다. 이들의 일탈은 2000년대 초반 언로가 막히고 기성세대 주도 공론장에서 배척당하면서 정상적인 담론 형성과 메시지 전달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나왔다. 기성세대가 접근하기 어려운 자유분방한 인터넷 플랫폼에서 자신들의 시공간을 창조한 2030의 분노는 586과 문재인 정부의 불합리, 불공정과 마주하면서 폭발했다. 이들 젊은 세대는 모바일과 온라인에서 아우성치기 시작했고,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과 저항을 조직화했다.

SNS 공간에서, 커뮤니티에서 미디어와 메시지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하면서 탁월한 선동집단이 된 이들은 과감하게 ‘정치의 정글’에 뛰어들었다. 선거에서 2030의 위력이 확인된 건 지난 4·7 재·보궐선거 때였다. 생태탕 ‘드립’, 페라가모 ‘밈’, LH 땅 투기 ‘짤’로 집권세력의 실정과 위선을 고발했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당 압승을 일궈내는 데 기여했다. 과거 진보의 제단으로 여겨졌던 2030의 표심이 물과 같이 흐르는 강력한 ‘중도 유동성’을 갖는다는 걸 알게 해준 것도 그때였다.

이들은 특정 이념, 특정 정파에 대한 숭배를 거부한다. 변화를 추구하고 실리에 따라 움직인다. 인스타 ‘멸공’ 포스팅에 젊은층이 반응한 것은 정용진의 이데올로기에 열광한 것이 아니라 그의 메시지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집권세력의 행태에 분노한 것이다. 586 권력은 TV 예능 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 새끼’에 나오는 자녀 다루기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분노는 대개는 아빠나 엄마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나온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아이들의 분노는 멈추지 않는다. 프로그램 속 육아 전문가 오은영은 부모와 자녀 간 부단한 소통, 그리고 자식을 폭력적으로 대해온 데 대한 부모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주문한다.

결국 문제는 586 기성세대의 파렴치와 소통 부재, 그리고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이다. 대선 후보들은 자신이 왜 ‘찢’ 혹은 ‘쩍’으로 불리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지도자라면 2030이 갖는 분노의 기원을 알아야 하고, 이들의 아우성을 이해해야 하며, 이들과 연대하고 소통해야 할 뿐 아니라, 앞선 세대의 위선과 잘못을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2030은 결코 우군이 되지 않는다.

걱정되는 건 대선을 앞둔 정치권과 기성세대가 2030의 불만을 악용하면서 사회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든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는 ‘증오 전쟁’과 ‘혐오 대결’의 구도를 깨트릴 수 있어야 한다. 어쭙잖게 세대·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편승하려 한다면 ‘킬(kill) 찢’이 되든 ‘킬 쩍’이 되든 크게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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