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안주는 뭘로 하나..광어·우럭도 공급 대란
요즘 노량진 수산 시장이나 횟집에 가면 당황스러움을 감추기 어렵다. 모듬회를 시키면 푸짐하게 나오던 광어와 우럭이 야박하다 싶을 만큼 양이 줄었다. 어떤 곳은 광어와 우럭 세트인 ‘광우 세트’를 아예 메뉴에서 내렸다고도 한다. 광어와 우럭이 너무 비싸졌기 때문이다. 광어 도매가격은 지난해 12월 현재 kg당 1만6850원으로 2년 전보다 58% 올랐다. 같은 기간 우럭은 9750원에서 2만700원으로 112% 뛰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을 알려면 광어 양식업자들에게 최악의 해로 꼽히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해 광어가 풍어를 맞으면서 공급은 급증한 반면, 연어와 방어 등 다른 횟감에 밀려 수요가 감소하면서 산지 가격이 30%나 폭락했다. 그러자 많은 양식업자가 광어 양식을 포기하면서 양식을 위한 입식 수가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여기에 코로나가 겹치며 회식 수요까지 감소하는 바람에 ‘국민 횟감’의 불황은 2020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코로나가 쉽게 가라앉지 않자 ‘홈술’ 트렌드가 생겨났고, 술 안주로 횟감을 배달 주문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가 급증하면서 광어와 우럭이 어느새 ‘금어’와 ‘금럭’이 돼버렸다.
2021년 초부터 본격화한 광어와 우럭 공급 부족 사태가 여지껏 이어지는 이유는 양식용 치어 입식부터 출하까지 걸리는 양식 기간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광어는 14~16개월, 우럭은 2년 반~3년이 소요된다.
광어와 우럭의 사례에서 보듯, 농수산물의 수요는 시시각각 변하지만 공급은 곧바로 줄이거나 늘리기 어렵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농수산물은 수요의 변동에 따라 공급이 영향을 받으며 가격이 급등락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가격 변동 현상을 일컬어 ‘거미줄 효과’라고 한다. 수요 공급 곡선에서 균형점이 이동하는 궤적이 마치 거미줄과 같은 모양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거미줄 효과는 공급 충격이 발생한 후 다시 공급량을 늘리면서 원래의 적정 가격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렇다면 광어와 우럭이 고공 행진을 멈추고 다시 적정 가격으로 돌아오는 것은 언제일까? 공급 충격의 규모와 양식 기간을 감안하면, 광어는 올해부터 출하량이 빠르게 회복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럭은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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