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주에서 또 붕괴참사,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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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에서 또 건물 붕괴 참사가 일어났다.
신축 공사 중이던 39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외벽 15개층이 종이장처럼 뜯겨져 내리면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11일 벌어졌다.
하층부 콘크리트가 충분히 양생(養生)되지 않아 필요한 강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추가 타설로 대형 거푸집과 외벽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연쇄 붕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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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에서 또 건물 붕괴 참사가 일어났다. 신축 공사 중이던 39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외벽 15개층이 종이장처럼 뜯겨져 내리면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11일 벌어졌다. 7개월 전인 지난해 6월 사망자 9명이 발생한 광주 학동 재개발상가 붕괴의 상흔이 채 가시기 전에 악몽을 깨우는 사태가 또 발생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원청-하청·재하청 구조의 말단에 있는 영세 철거업체의 과실에 따른 인재로 여졌지만 이번 사고는 주택건설 명가로 이름 높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책임시공을 맡은 현장이라 더 충격적이다. 공교롭게도 학동 상가 철거의 원청업체도 현대산업개발이었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직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11월 입주에 맞추려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려다 벌어진 ‘인재형’ 참사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하층부 콘크리트가 충분히 양생(養生)되지 않아 필요한 강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추가 타설로 대형 거푸집과 외벽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연쇄 붕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파가 잦은 겨울에는 콘크리트 강도를 충분히 확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공기에 맞추기 위해 벌인 속도전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학동 사고의 파장이 커지자 HDC그룹 오너로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은 정몽규 회장이 직접 광주 현지로 가 머리를 숙였다. 그때의 사과는 위기모면용 제스처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HDC그룹은 재계 순위 28위(2021년)의 대기업집단이다. 시공 능력 9위의 현대산업개발은 2020년 기준 전체 영입이익에서 주택 부문 비중이 9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런 주택명가가 짓는 고층 아파트의 외벽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은 지금 전국 곳곳에서 시공 중인 다른 아파트 가운데 같은 위험에 노출된 아파트가 더 있을 것이란 의심을 지을 수 없다. 대형 사고는 반드시 사전에 징후가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혹시 모를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절기 건설현장 점검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10위권 경제대국이라 자랑하지만 산업재해는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번 붕괴 참사로 경영책임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라는 요구도 거세지게 됐다. 이른바 ‘시범 케이스’로 몰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러나 징벌 만능주의는 실질적 개선을 가져오지 못한다. 사고 예방이 체질처럼 만들어지는 촘촘한 제도와 문화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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