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비상과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의 도약

2022. 1. 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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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본다는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영화 <기생충>과 BTS가 한국 콘텐츠의 위상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성공 이후 세계인들이 우리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201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상 4관왕, BTS의 빌보드 차트 연속 석권을 두고 세계 시장의 변방에 있는 한국이 어쩌다 거머쥔 행운이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각고의 노력 속에서 이제 모두가 좋아하고 모두를 기다리게 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국가가 된 한국이 당당히 쟁취한 결과라고 인정받고 있다. 

2021년에도 계속된 영화 <미나리>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지옥> 등의 연이은 글로벌 성공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게임과 웹툰, 패션, 푸드 등 다양한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 역시 지속되고 있어 이제 한국 콘텐츠는 세계 시장에서 ‘메인스트림 문화’로 대접받고 있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프랑스의 문화비평가인 프레데릭 마르텔은 ‘모든 사람들의 문화’라는 맥락에서 메인스트림 문화라는 표현이 엘리트주의적이지 않은 문화라는 긍정적인 의미와 함께 상업적이고 규격화되어 있으며 단일화된 문화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우리가 이제까지 이해해 왔던 대중문화의 특징을 잘 설명하고 있지만 인터넷 기술과 모바일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문화를 생성하고 소비하는, 소위 MZ세대가 만들어가고 있는 새로운 대중문화의 특징까지 설명하고 있진 못하다. 

<기생충>이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아카데미의 아성을 깨트린 것, 아시아계 아이돌인 BTS가 국적과 상관없이 폭발적인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것, <오징어 게임> 속 한국의 놀이문화가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이 시대의 대중문화가 다양성과 개성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메인스트림 문화는 다양성 역시 갖춘 문화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엘리트주의적이지 않으면서 다양성도 갖추고 있는 메인스트림 문화. 지금 현 시점에서 우리 문화 콘텐츠가 세계인들에게 이렇게 인식되고 있다면,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정말 큰 자산을 가진 것이 아닐 수 없다. 

“문화는 강요가 아니라 매혹이다.” 소프트 파워(sotf power) 개념을 처음으로 주장한 하버드대의 조지프 나이 교수가 소프트 파워의 핵심 요소인 문화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 문구다. 국제사회의 역학 속에서 강제적 수단이 아닌 특정 국가의 매력에 의해 설득되어 자발적으로 우호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힘이 소프트 파워라면, 적어도 현 시점에서 매혹적인 문화를 세계로 꽃피우고 있는 한국은 막강한 소프트 파워를 가질 잠재성이 큰 나라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이 잠재성을 현실화 해 포스트 코로나시대에서 소프트 파워를 중심으로 국제적인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적 가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한 국제포럼에서 한국의 경우 문화적 소프트 파워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으며, 해외에서 더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 조언했다. BTS가 더 빛나는 것은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등 국제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노력에 앞장서는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이제 메인스트림 문화를 가진 나라로서 한국은 국제적 이슈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최근 게임산업을 중심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모두의 노력으로 코로나19의 종식과 함께 나타날 새로운 시대에 문화로 세계를 선도하는 우리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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