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는 동물학대 [따듯한 동물사전]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2022. 1. 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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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푸들 19마리를 입양해 죽인 40대 남성 이야기가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동물학대를 단속하고 수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조차 동물보호법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신고를 해도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동물학대 범죄자가 또다시 동물을 데려가 키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법조항이 없기 때문에, 이번 푸들 살생 사건 같은 연쇄적인 동물학대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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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수위 솜방망이..심각한 범죄로 인식돼야

(시사저널=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얼마 전 푸들 19마리를 입양해 죽인 40대 남성 이야기가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사건이 더욱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반려견 연쇄살생마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사회부적응자가 아니라 공기업에 다니며 가정을 이룬, 평범한 모습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기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이 학대범은 자신의 안정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적극적으로 내세워 19마리를 입양할 수 있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놀랍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만큼, 매년 이런 동물학대 범죄도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하지만 동물학대로 인한 처벌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실제 처벌 수위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동물학대를 예방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은 기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지난해 2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다. 이런 법적인 처벌 수위만으로 봤을 때 이제는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동물학대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지 않고 여전히 가볍게 여겨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동물학대를 단속하고 수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조차 동물보호법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신고를 해도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pixabay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동물학대를 저지른 가해자로부터 피학대 동물을 격리 조치할 수 있는 법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민법상 반려동물은 생명이 아닌 물건의 지위를 가지며, 가해자의 소유물로 간주되다 보니 학대를 받은 정황이 명확하더라도 가해자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소유권을 뺏어 격리할 명분이 없었다. 심지어 동물학대 범죄자가 또다시 동물을 데려가 키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법조항이 없기 때문에, 이번 푸들 살생 사건 같은 연쇄적인 동물학대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다행히 작년 12월 의결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동물사육금지처분 조항이 포함됐다. 법원이 동물학대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가해자에 대해 사육금지처분을 5년까지 병과할 수 있으며, 유죄 판결 전이라도 피학대 동물이 적절히 보호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육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미국과 일부 다른 해외 국가의 경우도 동물학대 유죄판결 시 5~15년간 소유권을 제한한다. 

지난해 7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조항이 포함된 민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외면해 왔다. 하나의 생명이자 가족으로 인식되고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학대가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어 좀 더 엄격히 다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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