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심-KBS교향악단 '국립' 놓고 갈등..낙하산 잡음은 암초

김미경 2022. 1. 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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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심포니 '국립' 명칭 변경 추진에
전신 KBS교향악단 실력여부 거론 반발
문체부, 정부 지원 받아 위상 변화 필요
코심 대표 낙하산 논란엔 "지켜봐 달라"
일각선 결국 재정문제, 밥그릇 싸움 우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단체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이하 코심)가 이름에 ‘국립’을 넣는 명칭변경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KBS교향악단의 반발에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KBS교향악단은 ‘국립’의 무게와 국격에 걸맞은 실력과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코심은 이미 10년 전부터 계속 논의돼왔던 사안으로 이번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 모습(사진=코심).
KBS교향악단은 7일과 12일 두 번에 걸쳐 입장문을 내고 반발하고 나섰다. KBS교향악단 노동조합은 “최근 서울의 한 공연장 상주단체인 오케스트라의 명칭을 ‘국립 교향악단’으로 변경하는 의견 조회 서면이 돌고 있다”며 “특정 오케스트라에 국립이라는 이름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국립이라는 이름의 무게와 국격을 고려해 그에 걸맞는 실력과 사회적 공론화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공성격의 30여개 교향악단이 있고 민간에서 운영하는 오케스트라를 포함하면 그 수는 대략 50여개에 이른다”면서 “음악대학 대부분 관현학과일 만큼 국민 의식이 보편화됐고, 수준 또한 높다”고도 덧붙였다.

코리안심포니는 명칭 변경을 추진한 것은 수년 전부터라는 설명이다. 1985년 창단된 코심은 국립교향악단이 1981년 해체돼 KBS로 이관된 이후 마지막 상임지휘자였던 고 홍연택이 함께 사임한 단원들과 만든 오케스트라다. 민간 오케스트라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자 1987년부터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의 공연을 전담, 국고 지원이 늘면서 문체부 관리감독을 받게 된 것이다. 코심은 예산의 약 75%인 60억원 가량을 국비에서 지원받고 있고, 문체부 산하 예술단체 공연에 참여하며 연간 100여회 무대에 선다.

KBS교향악단은 코리안심포니 국립화 반대 이유로 역사성과 실력이라는 명분을 들었다. KBS교향악단은 1956년 서울중앙방송국(KBS) 시절 서울방송관현악단으로 출범했다. 1969년 운영권이 국립극장으로 옮겨가면서 국립교향악단으로 바뀌었고, 1981년 운영권이 KBS로 이관될 때까지 ‘국립’ 명칭을 썼다. 노조 측은 “대통령 해외순방, 국빈 방한, 올림픽 등 각종 국가 기념식에 KBS교향악단이 함께했다”며 “국가대표 교향악단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희로애락을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코심의 공공성 강화나 위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정부지원과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코리안심포니의 명칭 변경과 관련, 최근 음악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1차 의견을 수렴했다. 추후 추가 의견 수렴 및 검토를 거쳐 정관 개정에 따른 이사회를 열어 상반기께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문체부는 KBS교향악단이 기존에 사용했던 ‘국립교향악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립오케스트라나 국립심포니 등이 거론 중이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된 코리안심포니 신임 대표의 낙하산 인사 잡음은 암초다. 문체부는 11일 3년 임기의 코심 대표이사에 성악가인 최정숙 씨를 임명했는데, 클래식 업계에서는 업계 활동은 물론 음악기획이나 예술행정, 오케스트라 관련 경험이 전무한 대표 임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황희 문체부 장관과의 친분이 이번 임명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체부는 낙하산 논란에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이번 임명 건은 해외에서 음악을 전공한 경력과 전문성, 국제적 소통 감각 등을 반영한 것”이라며 “장관과의 개인적인 친분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코심의 첫 외국인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와 같은 학교를 나온 만큼 국제적 소통을 고려했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클래식계 일각에선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클래식계 관계자는 “겉에서 보이는 클래식은 화려하다. 모두 어려운 코로나19 시국에 국민들이 등을 돌릴까 걱정스럽다”면서 “결국 장기적 재정문제인데 각 단체의 오래된 명성이 있는 만큼 갈등을 빚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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