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콘테 감독이 손흥민에게 의존하는 이유는?

한겨레 2022. 1. 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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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EPL리포트][한준의 프리미어리그 리포트]
13일 카라바오컵 4강 2차전 첼시에 져 탈락
콘테 감독 '10번 역할' 손흥민 공백 절감
비비시 "레비 토트넘 회장에 메시지 전해"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이 13일(한국시각) 런던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열린 카라바오컵 4강 2차전 첼시와 경기에서 지휘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이런 경기에 손흥민 선수가 빠진다는 것은 애석한 일(pity)입니다. 소니(Sonny, 손흥민의 영국 내 애칭)는 남달리 중요한 선수입니다. 이런 중요한 경기에는 최고의 선수가 필요합니다.”

첼시와 2021~2022 잉글랜드 풋볼리그 카라바오컵 준결승 2차전 경기를 앞두고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묻기도 전에 손흥민의 부재를 화두로 꺼냈다. 손흥민은 스탬포드 브리지 원정으로 치른 지난 6일 새벽(한국시각) 1차전 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나 입단 후 가장 부진했다는 평가 속에 토트넘의 0-2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리고 콘테 감독은 다음 날 손흥민이 근육 부상으로 1월 말까지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알렸다.

손흥민이 부상자 명단에 오른 채 치른 지난 주말 모어컴과 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전)는 3-1로 역전승했지만, 첼시와 카라바오컵 준결승 2차전은 우려한 대로 뒤집기에 실패했다. 0-1 패배로 결승 진출에 실패해 올 시즌 참가한 네 개 대회 중 두 개 대회에서 낙마했다. 2008년 리그컵 우승 후 14년째 무관인 토트넘은 카라바오컵 우승을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하게 여겼으나 지난 시즌 도달했던 결승 진출에도 실패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콘테 감독은 또 한 번 손흥민의 부재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우리는 한 명, 두 명 혹은 세 명의 선수만 빠져도 곤경에 처하게 된다.” 영국 공영 방송 <비비시>는 콘테 감독의 이 발언이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에게 전하는 명확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1월 이적 시장에 선수 영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트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0일 콘테 감독은 레비 회장, 파비오 파라티치 풋볼 매니징 디렉터와 미팅을 갖고 이번 이적 시장에서 세 포지션에 대한 영입이 있어야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세 자리는 콘테 축구의 핵심인 윙백, 해리 케인의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스트라이커,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다. 윙백과 스트라이커 영입은 빡빡한 일정 속에 체력 안배를 위한 것이라면, 주전 선수들의 자질에도 물음표가 따르는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 보강은 절실함 때문이다. 콘테 감독은 부임 뒤 지속적으로 “마지막 패스의 세밀함 부족이 숙제다. 창의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의 원인을 짚었다. 더욱이 창의성은 콘테 감독의 ‘맹훈’으로도 만들기 쉽지 않은 요소다.

스리백을 통한 수비 안정, 윙백을 통한 측면 공략, 스리톱의 유기적인 중원 움직임이 핵심인 콘테 축구에서, 손흥민의 역할은 세컨드 스트라이커 내지 플레이메이커를 겸하는 ‘10번’이다. 콘테 감독이 직접 손흥민 활용에 대해 “10번 자리에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윙백이 측면을 차지하면서 손흥민은 보다 비좁은 중원 2선에서 뛰고 있다. 손흥민의 장점인 커트 인 뒤 감아차기 슈팅에 용이한 역할은 아니지만 보다 많이 공을 소유하고 경기를 풀어가는 ‘주인공’ 역할이다. 콘테 감독은 스리백과 윙백을 쓰지만 역습 축구보다 점유 상황에서 빌드업 능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전술 기조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공을 소유하고 배급하는 선수가 손흥민이다.

알베르토 몬토야 <DAZN> 에스파냐 프리미아리그 해설위원은 “콘테 감독은 첼시 시절 에덴 아자르처럼 손흥민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공격 전개의 중심이자, 득점을 창출하고, 또 해결하는 공격 리더 역할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손흥민은 올 시즌 토트넘에서 팀 내 리그 최다 득점(10골)과 최다 도움(3개), 공격수 중 최고 패스 성공률(85%)을 기록하고 있다.

토트넘은 이적 시장에서 손흥민의 중원 빌드업 부담을 덜어줄 창의적인 미드필더를 찾고 있다. 내년 여름에는 손흥민을 쉬게 할 수 있는 2선 공격수 추가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어떤 영입이 이뤄지든 손흥민의 자리를 위협할 선수가 아닌 조력자가 오는 것이다. 개인보다 조직을 중시하는 콘테 감독도 ‘손의 부재’에 손을 못 쓸 정도로 현재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축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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