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75만원이라고?"..명품 리셀러들의 '은밀한' 뒷거래

배지윤 기자 2022. 1. 1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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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백화점 VIP 혜택, 명품·중고거래 커뮤니티서 암거래
명품 실적으로 VIP 선정된 리셀러들, 혜택 뒷거래 '성행'
지난 1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에 시민들이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2022.1.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백화점 주차권 75만원, 라운지 카드 100만원"

새해 들어 명품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은밀한 뒷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이른바 명품 '리셀러'(되팔이)들이 명품 매장에서 시계·핸드백을 구매하며 쌓은 실적으로 백화점 VIP 자격을 획득한 다음 이를 현금화하고 있다. 명품을 되팔아 수익을 얻고 VIP혜택으로 추가 수익까지 올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같은 거래가 적발될 경우 VIP 혜택은 박탈당한다. 하지만 이를 단속하거나 적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계·가방만 사도…백화점 VIP 선정 "어렵지 않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명품 커뮤니티에 시계·핸드백 등 고가품 재판매 글은 물론 백화점 VIP 혜택인 주차권과 라운지 이용권 판매 글이 속속 게재되고 있다. 연초부터 연말, 또는 이듬해 연초까지 이용 가능한 VIP 혜택인 만큼 1월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김수완씨(31·가명)는 3년 전부터 리셀러를 부업으로 삼았다. 처음에는 용돈 벌이 정도로만 생각했던 김씨는 한정판 운동화에서 명품으로 리셀 품목을 늘려갔다. 재작년부터는 매 주말 새벽부터 서울 시내 백화점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백화점에 도착하면 그는 가장 몸값이 높은 롤렉스 매장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롤렉스에 이름을 올린 후에는 샤넬·에르메스 등 인기 명품 브랜드에 대기 예약을 건다. 인기 시계나 핸드백을 하나만 사도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을 남길 수 있어서다.

한 롤렉스 매장에서 '성골'(정식 매장에서 제값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을 하면 다른 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긴다. 1인당 연간 구매 가능 개수를 제한하고 있는 만큼 같은 매장에서 시계를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김씨는 '백화점 3사'의 VIP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렇게 한 백화점당 쌓은 실적은 무려 2000만~4000만원에 달한다.

김씨는 "본업이 있지만 주말마다 부업으로 하는 리셀 수입이 나쁘지 않다. 직장인 월급이 한계가 있다 보니 부수입을 벌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다 리셀을 부업으로 삼았다"며 "어쩔 때는 월급보다 리셀로 버는 수익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 리셀러들이 가장 많은 브랜드인 롤렉스의 경우 수천만원가량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롤렉스 시계 가운데서도 일명 '스타벅스'로 불리는 서브마리너 그린은 두 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백화점 리테일가는 1357만원이지만 리셀가는 2800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롤렉스 시계 중에서도 높은 몸값이다.

명품 시계나 핸드백의 리테일가가 워낙 높다 보니 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백화점 실적을 쌓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김씨는 "오픈런에 성공해 인기 시계나 가방 하나씩만 구매해도 연간 실적을 쌓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설명했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백화점 VIP 주차권 판매 게시글.© 뉴스1

◇주차권·라운지 이용권까지 뒷거래 '성행'

상황이 이렇다보니 명품 커뮤니티나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연초 갱신되는 백화점 VIP의 주차권·라운지 이용권의 뒷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VIP 등급에 선정됐지만 혜택이 필요없는 이들이 이용권을 양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유명 명품 커뮤티니에 A씨는 이달 초 백화점 최상위 등급인 주차권을 75만원에, 라운지 카드를 1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A씨는 지난해부터 이 커뮤니티에서 백화점에서 구매한 롤렉스 시계 2점을 리테일가보다 비싸게 재판매한 리셀러다.

A씨가 판매하고 있는 VIP 등급 카드는 해당 백화점 내에서도 가장 많은 지출을 한 500명에게만 제공하는 최상위 등급이다. 이를 구매하게 되면 전 점 종일 무료주차 및 발레파킹이 가능하다. 이 밖에 백화점 VIP 등급에 따라 주차권은 50만~60만원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결국 리셀러들은 리셀로 추가 수익을 얻으면서 VIP 혜택으로 추가 이익까지 얻고 있는 셈이다. 백화점에서는 주차권 및 라운지 이용권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을 금지하고 적발 시 회수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단속은 불가능하다.

물론 리셀러들만이 VIP 혜택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 고객들도 VIP 혜택을 현금화하기 위해 리셀하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VIP 혜택 양도를 규정상 제한하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뒷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명품 리셀러가 늘고 VIP 혜택을 받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 같은 편법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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