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음속미사일 연속 성공".. 北, 실전배치 예고

박수찬 2022. 1.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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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미사일 무력시위
北 "240km 선회기동.. 1000km 표적 명중"
韓·美 미사일방어망 무력화 우려 커져
661일 만에 김정은 시험발사 참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진행된 국방과학원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장면을 전용열차 안에서 참관했다고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은 이번 극초음속미사일 발사가 최종 시험이라고 밝히면서 최대 속도 마하 10의 극초음속미사일의 실전배치를 예고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창’이 한층 예리해지고 있다. 북한은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실전배치를 예고했다. 한·미 연합군의 방어망을 돌파해 한반도 남부를 정밀타격할 능력을 갖춘 새로운 전략무기가 등장한 셈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일 “김정은 동지께서 1월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며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연속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미사일 활공 비행전투부(활공체)는 거리 600㎞ 계선에서 활공 재도약하며 초기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 방위각에로 240㎞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해 1000㎞ 수역의 설정표적을 명중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최종 시험발사를 통하여 극초음속활공 비행전투부의 뛰어난 기동능력이 더욱 뚜렷이 확증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9월과 지난 5일 시험발사엔 불참했다. 세 번째 발사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이 완료됐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을 직접 찾은 건 지난 2020년 3월 21일 ‘북한판 에이테킴스(ATACMS)’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661일 만이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처음으로 미사일 시험발사 참관에 동행해 김 위원장의 국정 운영을 보좌하는 핵심 실세라는 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참관은 지난해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밝힌 대로 국방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새로 개발하는 무기 시험을 김 위원장이 추가로 참관하면서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과거 사례를 보면 김 위원장이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을 참관한 경우도,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며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종합적인 평가를 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참관을 공개하면서 미사일의 성능을 우회적으로 과시했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보다 탐지와 요격이 어렵다고 평가받는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천명한 지 1년 만에 ‘성공’했다고 선언해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시험발사현장 찾은 김정은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북한 국방과학원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을 지도 방문했다고 12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기술 과시한 북한, 한·미 요격망 괜찮나

극초음속미사일의 기술적 핵심은 속도와 기동성이다.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 요격 시도를 회피할 수 있는 비행능력이 제대로 결합되지 않으면, 미사일의 공격력은 반감된다.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공개하면서 이 같은 점을 강조해 핵심 기술을 모두 갖췄다는 점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지난 5일에 쏜 원뿔 형태의 탄두부를 갖춘 미사일을 재발사했다. 김 위원장은 모니터 4개가 설치된 전용차량 안에서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모니터 화면에는 텔레메트리(원격자료수신장비)를 통해 수신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 비행궤적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공개됐다. 공개된 궤적은 하루 전인 11일 일본 방위성이 예상 탄착지점 등을 표시해 공개한 사격 약도와 거의 일치했다. 합동참모본부가 “과장됐다”고 평가절하했던 것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시험발사가 대성공임을 자평하면서 최종 시험이라고 한 것은 우리 측의 평가절하에 대한 행동적 반박이면서 실전배치를 예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발표한 ‘사거리 1000㎞’는 합참이 탐지했다고 밝힌 ‘700㎞ 이상’과는 차이가 있다. 저고도로 변칙 기동을 하면서 지구 곡면률의 영향으로 우리 군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700㎞ 비행 이후 레이더 탐지 고도 이하로 더 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재진입, 유도 등 북한 탄도미사일 기술이 모두 집약돼 개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기존에 개발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대구경방사포, 열차 발사 미사일에 더해 극초음속미사일까지 실전배치하게 되면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가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쏜 미사일이 수 분 안에 수도권에 낙하하는 상황에서 비행궤적이 복잡하고 속도가 빠른 미사일까지 더해지면 패트리엇(PAC-3) 등으로도 막기 힘들다는 것이다. 합참은 “우리 군은 탐지·요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서 항공기 이륙금지

미국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서부 해안지역에 15분 정도 항공기 운항중단에 해당하는 ‘이륙금지’(ground stop)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CNN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인 11일 오전 7시30분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과 지역 공항에 15분 정도 이륙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캘리포니아 버뱅크 공항과 샌디에이고 국제공항 등도 5∼7분간 해당 조치가 발령됐다.

미 언론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미 연방항공청(FAA)과 북미항공우주방위군(NORAD)이 이륙금지 조치를 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들 기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FAA는 로이터통신에 서부 해안지역 항공기 운항중단이 15분 이내였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있었던 사건의 초기 보고에 따른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면서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위반이며 이웃 나라와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우려를 표명했다. 유럽연합(EU)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했으며, 중국은 기존 입장인 ‘쌍궤병진’(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추진) 원칙을 재확인했다. 일본의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극초음속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레일건 등 신형 무기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수찬·김범수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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