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D-15일] 김용균씨 숨진 발전공기업 '초긴장'

이정현 기자 2022. 1.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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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공기업, 발전사 등 안전관리 전담부서 신설 등 긴장 '역력'
안전업무 외부업체 통으로 넘기기도..'모호한 법' 이용 책임 경감?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재석 266인, 찬성 164인, 반대 44인, 기권 58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1.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보름 앞두고 공공기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법 시행 초기 '1호 처벌대상'에 오를 경우 기관장 등의 형사처벌도 문제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공기관으로서의 명예 실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용균씨 사망'을 계기로 산재 사고의 온상으로 전락한 발전공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김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중대재해법이 제정된 만큼 발전사들이 가질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들 기관은 저마다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3일 국내 주요 공기업과 발전5사 등에 따르면 오는 27일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법에 앞서 조직 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들어갔다.

◇"1호 될라" 주요 공기업 중대재해법 시행 대책마련 분주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회의실에서 협력사 직원 감전사고 방지 종합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2022.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최근 법 시행을 앞두고 하청업체 근로자 감전 사망사고로 궁지에 몰린 한국전력은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까지 발표하며 안전 의지를 표명했다.

한국전력은 감전 끼임 추락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치명적 3대 주요재해는 미리 정한 안전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작업을 시행하는 등 현장중심의 안전대책들을 적극 수립하고 즉시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감전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직접활선공법을 금지하고, 정전 후 작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끼임 사고 방지를 위해 전기공사용 특수차량 밀림방지 장치를 필수적으로 갖추고, 기계적 성능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원격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고임목 설치 여부를 확인한 후 작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추락사 방지를 위해서는 작업현장 추락방지장치를 설치하고, 고소작업차 탑승을 원칙으로, 사람이 전주에 직접 오르는 작업은 전면 금지한다.

이 외에도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무분별한 작업지시를 없애기 위해 전 공사현장에 '1공사 1안전담당자'를 배치하고, 불법하도급도 원천 차단키로 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법 시행을 앞두고 대단위 공사가 진행 중인 주요 사업장마다 안전점검 수행기관과의 안전업무 대행 위탁계약을 진행 중이다.

본사와 각 지역본부가 주요 공사현장마다 별도의 안전점검 수행기관과 계약을 맺음으로써 향후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 전문기관에 맡기는 형식이지만, 혹여 모를 사고발생 시 책임을 나누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에선 나온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9월 '비전 2030 선포식'에서 밝힌 새로운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지난 1일부터 안전 전담 조직을 전폭적으로 확대했다. 우선 가스공사의 안전을 총괄하는 본사 안전 조직을 처에서 본부로 격상해 산업·건설 안전을 총괄 관리한다.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지난해 9월 일찌감치 전사 중대재해처벌법 대응TF를 구성·운영에 들어갔다. 이후 TF는 안전처장 직속의 중대재해대응준비팀으로 전환했다. 이 팀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종합 대응과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을 총괄하고 있다. 이에 더해 품질안전본부장이 전사 안전보건관리 총괄 책임자로 지정돼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업무를 주도한다.

◇'김용균씨 사망사고' 산재 온상 전락한 발전공기업 초긴장

177개 단체로 구성된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3주기 추모위원회 활동가 등이 지난해 12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3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2.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김용균씨 사망사고로 중대재해법 제정에 빌미(?)를 제공한 발전사들은 법 시행을 앞두고 초긴장 상태다.

한국서부발전은 김씨 사망사고 이후 2019년부터 본사 조직 내 사장 직속의 안전경영실을 별도로 구성·운영 중에 있다.

안전경영실은 산업안전부, 예방안전부, 재난안전부 등 3개 부서로 나뉘는데 안전보건관리 전반에 관한 사무를 담당한다.

지난 2020년 9월에는 '안전사고에 관한 임원 문책규정'을 만들어 운영 중이기도 하다.

본사 및 5개 본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재 사망사고 시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함으로써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한국중부발전도 지난달 안전경영처 아래에 중대재해예방부를 꾸렸다. 이 부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관련 법령을 회사에서 이행할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는 역할을 맡는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규정하고,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대응하는 업무 표준절차(SOP)도 만들게 된다.

한국남동발전은 지난해 10월 조직개편 당시 '기술안전본부'의 명칭을 '안전기술본부'로 바꿨다. 각 발전소 본부장 직속으로 안전감독관도 신설했다

◇법 시행 코앞..기관마다 안전·보건관리 별도 책임자 심기 "모호한 법 규정 노린 꼼수?"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법 시행을 앞두고 민간이나 공공기관 이를 것 없이 안전보건관리 전담부서를 신설하거나, 아예 외부전문기관에 관련업무 책임을 통으로 넘기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중대재해법에 맹점을 노린 것으로, 이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처벌 대상의 모호성에서 비롯된다.

중대재해처벌법 2조 9호에는 '경영책임자 등'이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통상 기업에서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대표이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다음 단락이다.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법률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영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안전‧보건 분야만을 전담하는 책임자를 내세워 처벌에 대한 부담을 덜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예산·조직·인력 등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에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등 안전 및 보건 의무 이행에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도 대표이사 등 최고 책임자와 소위 안전관리책임자와의 권한과 책임의 범위, 안전보건에 관한 의사결정 구조 등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을 경우가 있어 명쾌한 답변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최창호 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는 "안전보건책임자(CSO)를 두는 경우라도 대표이상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경우 경영계에는 상당한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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