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S존 확대'가 불러올 투고타저, 웃음 지을 선수는 누구?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2022. 1. 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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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고 있는 심판진. ⓒ스포츠코리아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스트라이크존(S존) 확대가 다가올 2022시즌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정지택 KBO 총재는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2022시즌부터는 스트라이크 존을 유연하게 적용해 타자 신장에 따른 선수 개인별 존을 철저하게 적용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역대 최다를 기록한 리그 볼넷(5892개)을 줄여 경기 시간을 단축시키고, 공격적인 투구 및 타격 유도로 더 박진감 높은 경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심판위원회는 "야구 규칙이 명시한 스트라이크 존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전하며 "실질적으로는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KBO 야구 규칙에 따른 스트라이크 존은 '유니폼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플레이트 상공'이라 정의돼 있다. 따라서 선수의 신장 및 체형 차이에 따라 존의 일관성은 떨어지지만 개인별로 유연한 존이 만들어지게 된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KBO리그 심판진은 지난 11일부터 바뀌는 스트라이크 존 적응을 위한 훈련을 시작했다. 이날 훈련에서 심판들이 느낀 변화는 '공 하나 정도 높아진 수준'이다. 타자들이 '예전에는 볼이었던 높은 공이 스트라이크가 됐다'고 반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리그를 휩쓸었던 ‘타고투저’ 열풍이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으로 다소 수그러든 가운데, 이번 S존 확대는 더욱 ‘투고타저’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투수들에게 희소식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더 많은 혜택을 받는 선수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과연 어떤 투수들이 그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바뀐 S존을 체감하고 있는 심판진의 ‘공 하나 정도 높아진 수준’이라는 후기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SSG 랜더스의 윌머 폰트. ⓒ스포츠코리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하이패스트볼’이다. 2S 이후 타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목적구로 이용되던 하이패스트볼은 이제 결정구로서의 힘도 갖출 전망이다. 사실 이미 하이패스트볼의 위상은 어느 정도 달라져 있다. 과거에는 장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투수 측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공이다. 하지만 최근 발사각 혁명으로 주류가 된 타자들의 '어퍼스윙'에 효과적인 대처법으로 떠오르면서 이미 그 효력을 입증하고 있다. 여기에 S존 확대는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윌머 폰트(SSG 랜더스)가 있다. 프로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폰트의 평균 149.3km/h에 달하는 패스트볼 구종가치는 19.1로 전체 3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폰트는 그 위에 있는 아리엘 미란다(1위·두산), 이정용(2위·LG) 보다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을 즐겨 쓰는 선수다. 폰트의 패스트볼은 기존 S존 상부와 그 위로 제구 되는 경우가 42.2%에 달했다. 미란다(37.2%), 이정용(34.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 이미 구위까지 인정받은 폰트의 하이패스트볼에 날개가 달린다면 지난해 8승에 그치며 달성하지 못한 두 자릿수 승수도 충분히 노려볼만하다.

박세웅(롯데·왼쪽)과 김민우(한화). ⓒ스포츠코리아

두 번째로는 상하 무브먼트를 가진 커브, 스플리터 등의 변화구를 주로 구사하는 투수들에게 더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O의 대세 변화구는 체인지업이었다. 좁아진 S존에서 투수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었기 때문. 실제로 2018년 9%대를 돌파한 리그 체인지업 구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 시즌 10.9%까지 올라갔다. 리그 톱급 체인지업을 자랑하는 고영표(kt), 임기영(KIA) 등의 사이드암 투수뿐만 아니라 원태인, 데이비드 뷰캐넌(이상 삼성) 등이 체인지업으로 재미를 보며 호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새 시즌에는 구사율이 줄었던 커브나 스플리터의 활용이 높아질 전망이다. 높아진 S존을 신경 쓰는 타자의 배트를 끌어내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

눈길이 가는 투수는 롯데 박세웅이다. 그는 체인지업(구사율 0.2%)보다는 커브(19.7%)와 스플리터(11.1%)를 적극 활용한다. 박세웅의 장점인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힘이 더해진다면 2017년 커리어 하이 시즌보다 더 좋아진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폰트도 커브(구사율 16.2%)를 주 무기로 활용하는 유형이다. 강력한 패스트볼과 함께하는 커브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화 김민우도 급성장한 스플리터라는 무기와 함께 이미 2021시즌 14승, 평균자책점 4.00으로 커리어 하이를 작성했다. 그의 스플리터 구종가치는 13.1로 토종 투수 중 1위, 전체 2위에 빛난다. 한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에이스로서 그의 존재감이 더욱 빛날 확률이 높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는 마운드 높이, 공인구 반발력 계수 조정 등 경기 내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몇 안되는 정책 중 하나다. 극적인 변화를 불러오기 위한 KBO의 선택이 다가오는 시즌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인지 큰 관심이 모아진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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