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때 법으로 통신조회 한 공수처..45세 '통신조회법' 이대로 괜찮나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정치인과 기자를 넘어 그들의 지인, 정치인 팬클럽 회원, 대학생 단체 회원까지 주민등록번호 등 통신자료를 대거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정기관이 통신 가입정보를 수사에 활용하던 오랜 관행의 되풀이지만, 시대흐름에 맞춰 관련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통신업계, 시민단체에 따르면 최근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을 계기로 사법적 통제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자료 조회 제도가 수사·정보기관의 '저인망식' 수사 관행에 활용돼왔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현재까지 통신자료를 조회한 대상자는 총 332명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확보한 자료에는 유선·무선·인터넷 통신서비스 가입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서비스 가입일 등이 담겼다. 특히 조회 대상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팬카페 회원인 50대 주부 A씨와 대학생 단체 대표 등 일반인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이 처음 마련된 시기는 유신정권 말인 1977년(구 전기통신법)이다. 이후 여러 번 개정됐지만 통신자료 제공 주체가 '전신관서→공중통신사업자→전기통신사업자'로 바뀌었을 뿐, 통신업무 관련 서류를 수사상 필요에 의해 제출할 수 있다는 내용은 그대로다. 하지만 집에 유선전화 하나만 있던 시절과 달리 이름·전화번호·주민등록번호 등 통신자료만으로 온라인에선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대 모바일 통신환경에선 기기와 이용자를 일대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단순 인적사항이라 할지라도, 이를 활용해 범죄수사 등 공익적 필요성을 넘어 사생활 상당 부분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는 "통지 절차를 추가해봤자 통신3사에서 열람할 수 있는 정보를 먼저 알리는 정도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며 "수사·정보기관의 과도한 정보수집은 없었는지 확인하거나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자료 제공을 제한할 수 있도록 법원의 영장 등 장치 역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번 사안은 변화한 환경에 맞게 개인 권리에 미치는 국가 공권력과 기업의 영향력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국가와 기업의 개인정보 활용 범위가 비대해지지 않도록 개인 인권 보호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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