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당해본 사람은 몰라'..충주시 복지행정 인권침해 우려

윤원진 기자 2022. 1. 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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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보조금 부정수급 신고제도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3일 충북 충주에 사는 A씨는 최근 충주시 공무원 2명으로부터 부정수급 조사를 받았다.

담당 공무원은 먼저 A씨에게 사용하는 모든 통장 1년 치 명세서를 달라고 요구했고, A씨는 3개 통장 명세서를 뽑아 제출했다.

며칠 뒤 담당 공무원은 A씨 집을 방문해 통장 입·출금 내용을 일일이 캐물었고, A씨는 기억나는 대로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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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전화 한 통에 범죄자 신세..개인정보 공개 기본
인권단체 "잘못해야 조사받는 게 일반적..대책 필요"
© News1 DB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복지 보조금 부정수급 신고제도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3일 충북 충주에 사는 A씨는 최근 충주시 공무원 2명으로부터 부정수급 조사를 받았다.

A씨가 소득 신고를 하지 않고 한부모 가정 지원금을 받는다는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은 먼저 A씨에게 사용하는 모든 통장 1년 치 명세서를 달라고 요구했고, A씨는 3개 통장 명세서를 뽑아 제출했다.

며칠 뒤 담당 공무원은 A씨 집을 방문해 통장 입·출금 내용을 일일이 캐물었고, A씨는 기억나는 대로 답변했다.

이사하기 위해 빌린 돈에 대해서도, 붕어빵 장사를 하며 저금한 돈에 대해서도, 대출금액과 이자까지 처음 보는 공무원에게 모두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얘기 도중 A씨는 잠시 급한 용무로 차에 갔다 오겠다고 했는데, 공무원들이 4층에서 1층까지 뛰어 내려왔다. 당시 A씨는 어머니 친구 차를 타고 왔는데, 공무원들은 차주 성명과 전화번호까지 요구해 확인했다.

공무원들은 모 단체의 장을 맡은 A씨에게 공금 사용처까지 묻고 나서야 A씨 집을 나섰다.

문 밖으로 공무원이 나가자마자 A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A씨가 부정수급을 했다는 증거나 단서는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그때 느낀 모멸감이나 서러움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며 "신고자 말 한 마디에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수급자도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도 열심히 사는 사람도 많다"며 "제발 증거가 있을 때 조사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한 부모 가정 등 수급자는 지원금 신청 때 금융 정보 제공 동의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담당 공무원은 필요하면 수급자에게 통장 내역서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

시 담당 부서 관계자는 "부정수급 신고는 주로 이웃이나 지인의 신고로 이뤄진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조사를 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누구라도 잘못을 해야 조사받는 게 일반적"이라며 "음해성 신고에 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충주시에 따르면 2021년 기초생활보장·한부모가정 보조금 부정수급 신고 전화 수는 모두 12건으로, 이 중 7건만 부정수급으로 드러났다.

blueseek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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