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절벽'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박다혜 중대재해네트워크 소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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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전력의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한전은 산재 사망자 수 연간 목표를 4명으로 정해왔다.
한전에서 매년 평균 8명, 많게는 12명이 사망하니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제 심사 결과 한전은 5개 등급 중 4등급(주의)을 받았다.
한전은 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는 자이기에 발주자로 분류될 수 없음에도 일단 처벌만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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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전력의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한전은 산재 사망자 수 연간 목표를 4명으로 정해왔다. 한전에서 매년 평균 8명, 많게는 12명이 사망하니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제 심사 결과 한전은 5개 등급 중 4등급(주의)을 받았다. 다수의 산재 사고 발생이 주된 이유였다. 개선계획 제출과 개선과제 이행을 조치했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2인 1조 지침 미이행, 보호 장구·안전 장비 미제공과 같은 익숙한 원인으로 서른여덟 하청노동자 김다운이 삶을 잃었다. 사고 이후 유족에게 연락 한번 없던 한전은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장관이 공식 경고까지 하자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스물넷 하청노동자 김용균이 홀로 컨베이어벨트 점검 중 사망하자 원청업체인 서부발전은 조사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위험의 외주화’를 지적했고, 국무총리는 공공기관에서 이런 참사가 빚어진 데 대해 사과했다. 그런데 지난해 형사재판에서 서부발전과 임직원들은 “피해자가 왜 거기에 들어가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특별조사위원회와 고용노동부 조사로 밝힌 사고 원인을 모두 부인했다. 법정에서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이는 아들을 구해 내지 못해 자신을 자책하는 유족뿐이었다.
발전소와 전력 공급망, 철도, 지하철, 항만, 우정본부 등 국가가 만들고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일터에서 공공성은커녕 생(生)의 실종이 반복된다. 소수의 공공기관 정규직 일자리를 두고 쟁탈전이 벌어지는 저편에서는 외주화된 일자리에 빽빽이 매달린 이들이 떨어지고, 끼이고, 깔리고, 불타서 죽고 있다. 사과는 가볍고 약속은 힘이 없다.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려 근로계약 대신 용역계약을 들이밀듯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책임에서 도망가려 ‘발주자’를 고집한다. 한전은 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는 자이기에 발주자로 분류될 수 없음에도 일단 처벌만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이 나라는 날마다 사람들이 떨어져 죽는 ‘위험한 절벽’이다. 희생자에게 위로를 보내고 산재보험으로 보상하는 것으로 국가의 역할이 끝났다고 할 수 없다. 계약의 형식 뒤에 숨지 말고 절벽 끝에 내몰린 하청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재해예방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절벽 둘레에 울타리를 쳐야 한다. 심지어 절벽의 관리 책임이 정부에 있고, 공공기관이 운영하며, 그 이익까지 누린다면 더 고민할 여지도 없다. 이제 제대로 된 울타리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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