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중증 적은 오미크론 자체가 게임체인저 될 수 있다"

박준용 입력 2022. 1. 13. 05:06 수정 2022. 1. 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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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험난한 일상회복]코로나19 전문가 3명 인터뷰
전파력 높고 중증도 매우 낮아
엄격한 K-방역으로 감당 안돼
감기나 독감 환자 진료하듯
'동네병원' 의사 참여가 핵심
오미크론이 '팬데믹의 마지막'
고비 넘는 데 두달 안 걸릴 것
왼쪽부터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공공의료본부장. 오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연구실에서, 정 원장과 주 본부장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실에서 11일 오후 <한겨레>와 인터뷰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오미크론은 델타와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다. 엄격한 케이(K)-방역을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번주 오미크론 변이 관련 대응 체계 발표를 앞둔 가운데 지난 11일 <한겨레>가 코로나19 전문가 3명을 만나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됐을 때 한국 방역이 나아갈 길에 관해 물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과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공공의료본부장은 오미크론을 델타와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라며 전파를 막기보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방역의 무게추가 옮겨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증상·경증환자 폭증에 대비해 동네병원(1차 의료기관)의 코로나19 진료 참여가 필수적이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끝낼 ‘게임 체인저’는 먹는 치료제가 아닌 오미크론 그 자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 고비를 잘 넘으면, 팬데믹의 끝에 가까워진다고 봤다. 세 사람의 인터뷰를 주제별로 묶어 정리했다.

 기도 상부 감염시키는 오미크론

정부 치료자문기구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12일 국내 오미크론 환자 40명의 임상실험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오미크론이 델타 등 기존 바이러스와 달리 중증화율이 현저하게 낮다고 발표했다. 중앙위원회는 한국 임상자료와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캐나다, 영국 등 국외 사례와 동물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남아공에서 델타 감염자 3만3400명과 오미크론 감염자 13만3500명을 조사한 결과 입원 필요 환자가 델타는 14%, 오미크론 5%였다. 입원기간도 델타 8일, 오미크론은 4일로 짧았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도 4분의 1 정도로 오미크론이 낮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중보건국 조사를 보면, 델타 변이는 사망률이 0.12%인 데 비해 오미크론은 0.03%였다. 또 중환자실에 입원한 경우도 델타는 0.42%, 오미크론은 0.06%로 낮았다. 영국 역시 런던 임페리얼 대학 연구진이 조사한 결과 오미크론 입원률이 델타에 견주어 약 2분의1에서 3분의1 정도로 낮았다. 동물실험에서도(미국 NIH 연구 컨소시엄, 영국 리버풀대) 델타 변이는 폐렴으로 발전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오미크론 변이는 그렇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미크론과 기존 바이러스의 차이는?

오명돈(이하 오) 델타 바이러스까지는 세포에 침입하는 방법이 (세포막과 바이러스막이 엉겨붙는) 융합이었다. 그런데 오미크론은 (세포막을 직접 밀고 들어가는) 포식 방법으로 세포에 침입한다. 코에서 폐에 이르는 호흡기 상피세포는 서로 다른데 바이러스가 융합할 수 있는 세포가 있고 그렇지 못한 세포가 있다. 이런 근본적인 차이 때문에 오미크론은 주로 상기도(기도의 상부)에 감염을 일으키고, 하기도(기도의 하부. 폐렴, 기관지염 등) 감염은 잘 일으키지 못한다. 오미크론은 다르다. 그래서 저는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22라고 해야 한다.

정기현(이하 정) 오미크론에 대해 중증도가 낮지만 전파력이 높은 상황 하나와 높은 전파력을 충분히 상쇄할 정도로 중증도가 매우 낮은 상황 하나를 가정했다. 두번째 상황이 된다면 바람직한데, 첫번째면 위험하다. 현재 오미크론은 두번째 상황에 가깝다라는 게 점점 밝혀지고 있다.

―백신 접종이 오미크론 변이에 미치는 효과는?

임상연구에서오미크론도 (다른 감염과) 마찬가지로 부스터를 했더니 중화항체가 올라갔다. 부스터샷을 접종하고나면 나이에 상관없이, 오미크론에 대한 중화항체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변이보다) 덜 올라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효과가 있다.

―오미크론은 확산 전망은?

우리나라 오미크론 검출률은 12월 첫주 0.3%에서 1월 첫주 12.5%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런 추세면 설 연휴 전에 오미크론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몹시 우려된다. 만일에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우리가 준비한 병실, 의료 인력과 물자로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많은 환자가 발생할 것이다. 그때는 의료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정된 격리 병실이 아닌 일반병실에서 환자를 받아야 한다.

주영수(이하 주) 이달 내에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기 어렵다고 본다. 그런데 설 연휴가 끝난 다음에는 장담할 수 없다. 12월 추정치로 계산해 보니 중환자가 신규확진 1만명 중에 1%가 생긴다. 델타가 1만명 확진에 중환자 100명이라면, 오미크론은 3만명에 중환자 100명이 예상된다. 2월이 넘어가면 바이러스에게 불리한 시기가 다가온다. 부스터샷이 확대되고 오미크론은 디커플링(확진자는 늘어도 사망자는 줄어도는 흐름) 패턴도 있다. 1차 의료 시스템만 잘 작동하고 먹는 치료제가 충분하다면 중환자나 사망자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전파 방지가 아니라 피해 최소화에 방점

-오미크론의 다른 특성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격리, 방역, 등 기준을 바꿔야할 거 같다.

그동안은 델타 때문에 서북방향에서 적이 온다고 우리 함대를 그 방향에 맞추고 훈련을 시킨 격이다. 그런데 자고 일어났더니 오미크론이란 게 나와서 적이 남동쪽에서 온다. 신통한 무기를 든 건 아니지만, 인해전술로 몰려오는 이런 상황이다.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서 기존의 방역과 의료대응으로 감당할 수 없다. (중략) 방역의 목표는 전파 방지가 아니라 피해 최소화와 사회 기능 유지에 두어야 하며, 엄격한 케이-방역을 유연한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용할 자원이 부족한 비상 위기시에는 의료진이 개별 환자보다는 공동체 전체를 중심으로 치료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원도 나눌 수 밖에 없다. 또 오미크론 유행이 심화될 수록 감염돼 출근하지 못하거나 밀접 접촉으로 격리되는 의료인도 많아지게 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단축시키거나 방역의 벽을 더 낮출 수밖에 없다. 또 여전히 코로나 진료는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고, 환자는 모두 음압병실에 입원시킨다. 발생 2년이 지난 현재 바이러스의 전파 방식도 잘 알고 있고 백신이나 치료제도 있는 상황에서 이건 너무 과도한 대응이다.

지난해 12월 말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서 지침을 냈다. 확진자의 격리 조치를 보면 집에서 증상 확진 후 5일 또는 증상 후 5일 머물러라. 이후에는 집을 나가도 좋다. 그런데 나갈 때 마스크 잘 써라. 우리는 지금도 그것보다 훨씬 긴 기간 동안 격리된다. 접촉자도 상당 기간을 격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가면 쳇바퀴를 도는 거다. 계속 특별히 관리해야 되고 특별한 시스템에 넣어야 한다. 격리 기준이나 지침들을 훨씬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방역적으로 조금 더 집중해서 취약 시설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의 전파를 줄이겠다고 하는 역학조사와 방역 전략은 이제는 통하지 않을 거다.

신종플루 같이 대하면 된다. 예를 들자면 산모, 투석 환자 문제다. 산모도 오미크론 경우 피시알 검사 양성으로 나와도 그냥 일반 분만실에서 하면 된다. 음압 격리실이라는 것은 의료진을 보호하는 거지 환자를 구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 9월 국립중앙의료원의 의료진이 음압병동에서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먹는치료제 ‘게임체인저’ 아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76만2천명분, 머크앤컴퍼니(MSD)의 몰누피라비르 24만2천명분 등 총 100만4천명분의 먹는 치료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먹는 치료제는 ‘게임 체인저’가 될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먹는 치료제는 오미크론 확산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지금 사온 먹는 치료제는 발병 초기 환자한테 투여해서 폐렴으로 안 가게 만드는 약이다. 그런데 오미크론은 폐렴이 미약해서 중증화 비율이 애초에 낮다. 또 먹는 치료제의 입원 예방 연구는, 오미크론 출현 이전에 한 거다. 그리고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대부분 백신을 맞았다. 그 이외에는 실제적으로 (먹는 치료제 효과로) 입원해야 될 사람이 입원을 안해서 우리가 부족한 병상을 마련한다는 기대는 못한다. 그래서 폐렴 예방에 부스터샷을 맞으라는 것이고, 치료약은 게임 체인저로 보기 어려운 정책 수단이다.

오미크론이 확산되면 기존 유전자증폭(PCR) 검사 방식으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들이 나온다. 검사를 해서 (오미크론에) 걸린 지 3일, 5일, 그 안에 필요한 사람한테 투약이 돼야 하는데 그 시기를 넘어가면 안 된다. 치료제가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오미크론 감당할 동네 의료기간 필요

-오미크론 대응에 ‘동네병원’이 역할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공공의료기관을 모두 비워서 환자를 보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전체 병상 90%를 민간이 갖고 공공이 10%를 갖고 있다. 전체 의료체제가 같이 오미크론을 맞닥뜨리고 대응해야한다. 지역 공공병원은 코디네이팅이나 조정 역할을 해야한다. 그래서 지역사회의 의사들의 참여가 핵심적이다. 그분들이 1차적으로 환자의 초기 진료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가급적 대면진료가 중요하다.

서울형 재택치료 모델(의원급 의료기관이 재택치료를 전담)을 전국에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게 오미크론 대응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본다. (중략) 감기나 독감 환자 진료하듯이 모든 의료기관이 코로나 양성 환자를 봐야 한다.

-방역 상황 및 오미크론 확산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줘야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국민들한테 정확한 정보를 주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알아서 통제하고 집단적으로 관리하고, 이렇게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오미크론는 더욱 그렇다.

그동안 했던 방역이 거리두기, 그러니까 ‘겁주기’였다. (정부가) 데이터도 독점했다. 국민들한테 전달되는 지식과 정보가 왜곡된 면이 있다. 이런 것이 방역을 유지하는 데는 자양분으로 작동했다. 이제 그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하더라도, 지금은 정보와 지식들을 의료진한테든 국민들한테든 잘 전달해야 될 것 같다.

-오미크론을 넘어 팬데믹의 끝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오미크론이 이번 팬데믹에서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고비를 넘는 데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을 것 같다. 고비를 무사히 넘기려면 엄격한 방역 기준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꾸고 코로나 진료도 기존 의료 서비스 체계에 편입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일상회복의 길이고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코로나 팬데믹을 끝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급성 단계의 끝(end of acute phase)”이라고 표현했는데 동의한다. 이제 입원, 사망이 굉장히 적어진다는 측면에서, (끝으로) 가는 길목이라고는 이야기할 수 있다.

오미크론이 델타를 대체하며, 치명적인 수준이 줄어든다는 것은 다행인 점이라고 생각한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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