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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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펠리컨 브리프’에서 주인공인 법학대학원생은 미국 연방 대법관들의 잇단 죽음에 관한 가설을 썼다가 암살범의 표적이 된다. 가설이 진짜였던 것이다. 미국 남부 유전을 개발하려던 업자가 펠리컨 새 보호 소송에 막히자 친환경적인 대법관 둘을 암살했다. 주인공의 애인이 주인공 차를 운전하려다 폭발로 죽는다. 이 업자는 대통령 후원자이기도 해서 대통령은 관련 수사를 막으려고 한다.
▶영화 ‘브로큰 시티’에선 현직 시장의 부인이 남편의 부패를 폭로하려고 한다. 시장은 사설 탐정을 고용해 부인의 불륜을 조사하라고 하지만 실제 목적은 부인이 만나는 사람들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의 부패 증거를 확보한 사람은 결국 암살범에게 살해된다. 영화 ‘더블 타깃’에선 대통령 부인을 암살하려던 조직이 비밀을 알게 된 수사관을 자살처럼 위장해 살해하려고 한다. 수사관 손에 강제로 총을 끼워 넣고 방아쇠를 당기게 만드는 기계까지 등장한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선 정보감찰법 통과를 반대하던 상원의장이 정보 당국에 의해 독살된다. 현장 영상을 입수한 주인공을 향해 위성·통신을 총동원한 추적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친구와 애인이 줄줄이 살해당한다. 이런 영화들은 그야말로 픽션일 뿐이지만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정적이나 반대파를 암살로 제거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도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 전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비판하다 프랑스로 유인돼 피살된다.
▶영화 ‘아수라’에선 안남시장이 개발 사업과 관련해 측근이 수사를 받게 되자 사고사를 위장해 암살한다. 돈을 받아내려던 형사를 비롯한 관련자들도 추락사 등으로 줄줄이 죽는다. 대장동 사건을 보고 아수라 영화를 떠올렸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장동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개발사업1처장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자 그런 말은 더 회자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했던 이모 변호사가 서울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도 없었고 사인도 분명치 않다. 그는 한 달 전 유한기 전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날 페이스북에 “딸 아들 결혼하는 거 볼 때까지는 절대로 자살할 생각이 없다”고 썼던 사람이다. 김 전 처장이 죽은 날에도 “이재명 반대 운동에 나선 분들이 서로 생사 확인한다고 분주하다”고 했었다. 이씨는 병사일 가능성도 높다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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