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실전배치 임박했는데 … 軍은 사거리 파악도 못해
북한은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극초음속 미사일 ‘최종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12일 주장했다. 기존 한·미·일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탐지 및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한 마하 10, 사거리 1000㎞의 ‘게임체인저’급 미사일 실전 배치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북 미사일의 막판 200~300㎞ 변칙 움직임을 놓쳐 사거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탐지가 안 되면 요격도 불가능하다. 합참은 이날 북한 발표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군은 북한이 밝힌 제원에 대해 “분석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1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11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1000㎞ 떨어진 일본 홋카이도 인근 표적 수역에 탄착(彈着)했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우리 합참이 당일 발표한 ‘700㎞ 이상’보다 약 300㎞를 더 날아간 것이다. 합참이 공개한 북 미사일 비행 거리는 우리 레이더는 물론 미 조기경보위성 정보도 종합한 것이다. 한미 탐지 시스템이 300㎞가량을 놓쳤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 극초음속 미사일은 유사시 한미 탐지 및 요격을 피해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이번 미사일은 화성-12형 중거리 미사일(최대 사거리 4000~5000㎞) 1단 로켓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거리를 2000㎞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럴 경우 오키나와를 포함,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이 출동하는 주일미군 유엔사 후방 기지도 극초음속 미사일 사정권에 들 수 있다.
북한은 이날 극초음속 미사일이 600㎞ 지점에서부터 ‘활공 재도약’ 후 240㎞ 강한 선회기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선회기동은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하려는 활공 비행으로 보인다.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 비행 궤적을 보면 미사일이 직선으로 똑바로 날아가지 않고 600㎞쯤 직선으로 비행한 뒤 러시아 및 홋카이도 방향(오른쪽 위)으로 휘어져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형태로 휘어져 비행하면 미사일 미래 위치를 예측하기 어렵고, 선회기동 중 지그재그식 회피기동까지 했다면 요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 미사일의 풀업(활공 재도약) 후 비행 궤적은 우리 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는 음영 구역에 들어가 추적을 못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약 2년 만에 미사일 시험 발사 현장을 직접 찾은 것도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김정은이 신무기 시험 현장에 나타난 것은 2020년 3월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22개월 만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전략적 중요성과 실전 배치를 앞둔 ‘최종 시험 발사’라는 데 그만큼 의미를 부여했다는 얘기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자신의 전용 열차 안에서 망원경을 들고 창문 너머로 시험 발사 현장을 지켜보는 사진도 공개했다. 김정은은 시험 발사 후 무기 개발 관계자들을 집무실인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로 초청해 기념사진도 찍었다.
김정은은 이날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방 발전 및 무기 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시간표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5개년 계획 중 핵심 5대 과업의 하나인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해 이날 ‘최종 시험 발사’로 완성을 선언하면서 남은 분야에 대한 성과 내기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고체 연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 제고, 다탄두개별유도기술(MIRV) 제고, 핵잠수함 및 수중 발사 핵 전략 무기 개발, 군 정찰위성 운용 등이 다음 수순일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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