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스테이블코인과 금융안정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2022. 1.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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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1년 12월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가상자산 수는 1만6100여개이며, 시가총액은 2조1600억달러를 넘어섰다. 더 놀라운 건 지난 2년 동안 그 규모가 무려 13배나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국내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절대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4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수는 365개이고, 시가총액도 42조6000억원으로 성장했으며 일평균 거래액 기준으로 불과 1년 사이에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비트코인을 비롯해 다양한 가상자산들이 존재하지만, 금융안정의 관점에서 보면 그중에서도 특히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 혹은 다른 기초자산에 대해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이다. 이를테면, 법정화폐와 일대일 교환비율로 고정된 가상자산이다. 여타 가상자산과 달리 가격변동성을 최소화함으로써 결제와 송금 수단으로서의 활용가치를 높이는 구조로 설계된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디지털자산 거래 플랫폼에서 디지털자산의 거래 혹은 대출과 차입을 촉진하는 데 이용된다. 잘 설계되고 운영된다면, 각종 디지털경제에서 좀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지불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옹호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자산 간 거래를 넘어 개인들이 재화와 서비스의 대가를 지불하는 데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고, 기업들이 공급사슬 내 지불결제나 국제송금 등에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각국 감독당국자들의 고민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여러 가상자산 중에서도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원칙의 수립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존 금융시스템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담보 풀 자체가 없는 비트코인과 달리 법정통화의 안정성과 가상자산의 효율성을 겸비하고 있는 반면에 동일한 이유로 시스템 불안정을 초래할 위험은 더욱 크고 직접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기능은 세 가지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상환 보장, 시장 참여자들 간 가치 이전, 스테이블코인의 저장 내지 보관. 그런데 이러한 기능들과 관련해서 스테이블코인이 초래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 내지 건전성 이슈가 존재한다. 예컨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스테이블코인의 상환 요구를 들어줄 수 없거나 그럴 능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경우 스테이블코인 런(인출 요구 쇄도)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금융시스템, 더 나아가 실물경제에도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한 지급 수단으로 더 많이 이용될수록 지급사슬의 붕괴는 지급결제 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산하 워킹그룹이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방향을 제시했다. 그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스테이블코인 런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적절한 감독과 규제를 받는 부보예금기관이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예컨대, 요구불예금은 예금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법정화폐로 되돌려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청구권이다. 이 청구권의 가치는 예금보호제도를 통해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 상환이 보장되며, 은행이 망하더라도 예금자의 예금이 우선청구권을 갖게 된다. 게다가 발행 은행은 유사시 중앙은행 등이 제공하는 긴급유동성에 접근할 수 있고, 대신에 은행의 위험을 제한하기 위한 엄격한 감독과 규제를 받고 있다. 요컨대, 스테이블코인과 요구불예금의 경제적 실질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은산분리 규제로 대표되는 행위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만일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혹은 지갑 제공자가 산업영역까지 겸영하는 경우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반독점 효과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상자산업법을 마련하는 입법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일이다. 지난 수년 동안 핀테크발 디지털금융 혁신으로 인해 과연 은행이 아직도 특별한가에 대한 논란과 의문이 커져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관점에서 볼 때 은행은 여전히 특별하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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