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의 초속 11.2km] 당신이 야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이용균 뉴콘텐츠팀장 2022. 1.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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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구글에서 일하는 데이터과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페이스북을 싹 뒤졌다. 메이저리그 야구팀에 ‘좋아요’를 누른 남성 팬들을 나이별로 분석했다. 같은 뉴욕 연고지인데도 양키스 팬이 메츠 팬보다 1.65 대 1로 더 많았는데 58세와 42세에서는 비율이 역전됐다. 볼티모어 팬은 1962년생이, 피츠버그 팬은 1963년생이 많았다.

이용균 뉴콘텐츠팀장

다비도위츠가 연구한 모든 팀의 핵심 팬층은 팀이 우승한 해에 만 7~8세였다. 메츠는 1969년과 1986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그때 7~8세였던 소년들은 메츠가 ‘운명’이 됐다. 슬프게도 1986년 이후 양키스는 5번이나 우승했지만 메츠는 한 번도 없다.

2022년 40세가 된 한국 야구팬이라면 아마 LG 팬일 가능성이 높다. 8세였던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창단한 LG 트윈스가 우승을 했다.

그때의 야구와 지금의 야구는 무척 다르다. 지금 선발 투수는 우리가 알던 선발이 아니다. 1990년에는 선발 투수가 한 경기를 책임지는 완투가 141차례, 그중 1점도 주지 않은 완봉이 42번 나왔는데, 2021년 완투는 겨우 13번, 완봉은 7번이었다. 아예 1이닝만 던지는 ‘오프너’ 전략도 나오고 투수 2명이 2~3이닝씩 이어 던지는 ‘탠덤 선발’도 자주 등장한다.

승리 확률 높이려 ‘데이터 야구’

우리가 알던 1번 타자는 발이 빠르고, 출루율이 높은 선수의 자리다. 2번 타자는 번트를 잘 대는 선수가 들어선다. 4번 타자는 팀에서 가장 잘 치는 선수의 몫이었다. 2021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번 타자가 때린 홈런 701개는 5번 타자의 홈런 709개와 큰 차이가 없다. 가장 잘 치는 타자는 4번이 아니라 3번 또는 2번에 들어선다. 4번 타자의 평균 타율은 0.253, 2번 타자의 평균 타율은 0.261이었다. 탬파베이 거포 1루수 최지만은 2021시즌 1번 타자로 2경기, 2번 타자로 가장 많은 25경기에 나섰다. 최지만은 “요즘 감독이 타순 짜는 팀이 어디 있냐”고 반문했다. 컴퓨터가 가장 효율적인 타순을 짜고, 이를 감독 및 코칭스태프가 검토하는 게 일반적이다.

투수는 ‘팔을 높이 들어 던져야 한다’는 게 정석으로 여겨졌다. 더 높은 데서 던져야 ‘각도’가 생겨서 타자가 치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LG 김대유는 거꾸로의 길을 택했다. 팔을 낮췄고, 위가 아니라 옆으로 던지면서 리그 최고 좌완 불펜이 됐다.

김대유의 성공은 ‘특이한 예외’였을까. LA 다저스는 2021시즌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들의 팔 높이를 모두 낮췄다. 슬라이더의 구종 특성상 수평회전량을 높임으로써 좌우 움직임을 크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옛날 야구는 ‘떨어지는 공’이 필수 덕목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도망가는 공’이 최고다. 메이저리그에서 공이 느린 언더스로 투수는 안 된다고 여겨졌다.

샌프란시스코 타일러 로저스는 투구 때 손이 땅을 스치듯 움직인다. 속구 평균 구속은 시속 82.7마일(약 133㎞)이었는데도 이번 시즌 7승1패, 13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 역할을 했다. SSG 박종훈의 2020년 평균 구속이 시속 134㎞였다.

LA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좌완 알렉스 우드의 뒤를 이어 나와 다저스 타선을 꽁꽁 묶었다. 우드 역시 팔 높이를 낮추고 성공한 좌완 투수다. 좌우 양 끝에서 뿌리는 두 투수의 조합은 1-0 승리를 만들었다.

야구가 바뀐 것은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선발 투수를 짧게 쓰거나 뒤에 쓰고, 잘 치는 타자를 2번 또는 3번에 두고, 과거 통념과 달리 투수들의 팔 높이를 낮추는 것은 모두 ‘경험에 의한 감’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의 적용이었다.

야구도 세상도 바뀐다, 생존을 위해

알렉스 우드는 지난해 4월 트위터에 “야구가 변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며 “특별함을 얻으려면 혁신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적었다. 10월에는 “난 절대로 ‘내가 야구 했을 때는 말야’라고 얘기하는 ‘전 선수’가 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야구는 매년, 매달, 매주 바뀌고 있다. 적응하느냐, 아니면 죽느냐의 문제”라고 적었다.

야구만? 세상은 더 빠르게 바뀐다. 변화는 생존의 문제다. ‘내가 ○○했을 때는 말야’는 우드의 말대로 금지어다. 새해 각오. 나를 자꾸 주저앉히는 중력을 벗어나기 위한 속도 초속 11.2㎞를 위하여.

이용균 뉴콘텐츠팀장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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