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흐르는 시간[이은화의 미술시간]〈197〉
이은화 미술평론가 2022. 1. 13. 03: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한 사람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19세기 독일 화가 카를 슈피츠베크는 고풍스러운 도서관에서 독서에 몰입 중인 노인을 그렸다.
그는 대체 누구고, 무슨 책이기에 저리 집중해서 읽고 있는 걸까?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슈피츠베크는 원래 약사였지만 유산을 물려받게 되자 망설임 없이 화가로 전업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그림 속엔 독서 삼매경에 빠진 노인이 등장한다.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한 사람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19세기 독일 화가 카를 슈피츠베크는 고풍스러운 도서관에서 독서에 몰입 중인 노인을 그렸다. 그는 대체 누구고, 무슨 책이기에 저리 집중해서 읽고 있는 걸까?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슈피츠베크는 원래 약사였지만 유산을 물려받게 되자 망설임 없이 화가로 전업했다. 미술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었지만, 미술관에 전시된 거장들의 작품을 보며 다양한 기법과 양식을 익혔다. 특히 영국 화가 윌리엄 호가스의 영향을 받은 위트 넘치는 풍자화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그림 속엔 독서 삼매경에 빠진 노인이 등장한다. 심한 근시를 가진 백발 노인은 도서관 사다리 꼭대기에 서서 책을 읽고 있다. 양손은 물론이고 겨드랑이와 다리 사이에도 책을 끼고 있다. 얼마나 몰입 중인지 재킷 주머니에서 손수건이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고 있다. 재미난 소설을 읽나 싶지만 서가 명판엔 ‘형이상학(Metaphysics)’이라고 쓰여 있다. 고전 철학책에 빠져 있는 것이다. 프레스코화가 그려진 도서관 천장과 장식적인 책장은 모두 로코코 시대에 유행하던 것이다. 남자가 입은 검은 반바지도 18세기 귀족들이 즐겨 입던 것으로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다. 화가는 그림 제목을 ‘사서’라고 붙였다가 이후 ‘책벌레’로 변경했다. 특정 직업인이 아니라 책 좋아하는 상류층 지식인의 초상이란 의미다. 화면 왼쪽 아래에는 바깥세상을 상징하는 지구본이 먼지가 쌓인 채 방치돼 있다.
이 그림이 그려진 건 ‘1848년 혁명’이 일어난 2년 뒤였다. 변화를 원하는 혁명 세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보수주의자들이 충돌하던 시기였다. 그림 속 노인은 바깥세상에는 관심 없고, 낡은 지식 속에서만 안정감과 행복감을 찾고 있다. 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화가는 과거에 갇혀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의미로 이 풍자화를 그렸던 것이다.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슈피츠베크는 원래 약사였지만 유산을 물려받게 되자 망설임 없이 화가로 전업했다. 미술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었지만, 미술관에 전시된 거장들의 작품을 보며 다양한 기법과 양식을 익혔다. 특히 영국 화가 윌리엄 호가스의 영향을 받은 위트 넘치는 풍자화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그림 속엔 독서 삼매경에 빠진 노인이 등장한다. 심한 근시를 가진 백발 노인은 도서관 사다리 꼭대기에 서서 책을 읽고 있다. 양손은 물론이고 겨드랑이와 다리 사이에도 책을 끼고 있다. 얼마나 몰입 중인지 재킷 주머니에서 손수건이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고 있다. 재미난 소설을 읽나 싶지만 서가 명판엔 ‘형이상학(Metaphysics)’이라고 쓰여 있다. 고전 철학책에 빠져 있는 것이다. 프레스코화가 그려진 도서관 천장과 장식적인 책장은 모두 로코코 시대에 유행하던 것이다. 남자가 입은 검은 반바지도 18세기 귀족들이 즐겨 입던 것으로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다. 화가는 그림 제목을 ‘사서’라고 붙였다가 이후 ‘책벌레’로 변경했다. 특정 직업인이 아니라 책 좋아하는 상류층 지식인의 초상이란 의미다. 화면 왼쪽 아래에는 바깥세상을 상징하는 지구본이 먼지가 쌓인 채 방치돼 있다.
이 그림이 그려진 건 ‘1848년 혁명’이 일어난 2년 뒤였다. 변화를 원하는 혁명 세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보수주의자들이 충돌하던 시기였다. 그림 속 노인은 바깥세상에는 관심 없고, 낡은 지식 속에서만 안정감과 행복감을 찾고 있다. 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화가는 과거에 갇혀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의미로 이 풍자화를 그렸던 것이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李 변호사비 의혹’ 제보자 사망에…野 “후보 사퇴해야” 與 “마타도어”
- 심상정, 모든 일정 중단…“현 선거 상황 심각하게 인식”
- [단독]오스템 횡령직원, 엔씨소프트 3000억원 투자 ‘슈퍼개미’
- 1분30초면 청와대 핵타격…北 ‘초스피드’ 개발에 허찔린 軍
- 靑 “文대통령, 베이징 올림픽 참석 검토하지 않고 있어”
- 이재명 ‘선제타격’ 딴지에 野 갸우뚱…“尹과 같은 말인데?”
- [김순덕의 도발]北의 최후통첩, 우크라 사태보다 끔찍하다
- 美 재무부, 北 미사일 발사 관련 개인·기관 추가 제재 발표
- 法 “행정소송에 삼성바이오 수사팀 검사 투입, 위법 아냐” 법무부 손들어줘[법조 Zoom In]
- 김동연, 文 경제참모 저격 “대통령 눈·귀 가려…왜 말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