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존의 窓] 한국과 미국, 술 마시는 이유도 다르다
한국과 미국의 회식 문화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도 반영하기에 드라마틱하게 다르다. 한국인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경향은 과거 널리 알려졌는데 다행히 과음이 줄어드는 추세로 보인다. 나는 두 나라의 회식 문화를 뒷받침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말해주는 것이 무엇인지에 더 관심이 간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친구, 업무 상대방, 직장 동료들과 술 마시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맛있는 갈비나 다른 음식으로 식사한 뒤 술을 주문한다. 그것이 맥주나 소주, 막걸리나 위스키일 수 있고 이것들 중 두 가지를 조합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와인도 포함될 수 있다. 이어 반찬 격인 ‘안주’를 시킨다. 종업원이 술을 테이블 가운데 가져다주고 술 종류에 걸맞은 잔을 내온다. 술과 잔, 안주가 한 상에 푸짐하게 차려지면 술자리를 마련한 사람이나 일행 중 선임자가 시작한다. 다시 말해 좌장이 잔에 술을 따르고 건네는 식이다. 맥주와 소주를 섞은 잔을 돌리기도 한다.
이렇게 술잔이 오가는 회식을 통해 가족과 업무, 고향은 물론이고 업무상 고민 등에 대해서도 서로 알게 된다. 이런 술자리에서 서로 건강을 기원하는 뜨거운 건배도 빼놓을 수 없다. 건배사에 따라 모두가 술잔을 들이켠 후에는 다시 술잔을 가득 채우고 다음 사람이 건배사를 하는 순서로 이어진다. 이처럼 편안한 분위기의 술자리가 긴장을 풀어주고 서로 유대감을 더 끈끈하게 강화한다고 본다. 10~20년 전보다는 덜하지만 이렇게 저녁 술자리를 통해 형성되는 네트워킹, 이른바 ‘인맥’은 한국에서 매우 중요하다.
나는 미국의 음주 문화가 한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내가 미국에서 동료나 친구와 저녁을 할 때나, 서울에서 서양인 동료들과 저녁을 함께할 땐 식사 전에 각자 마음에 드는 칵테일을 주문한다. 시작부터 다른 셈이다. 마시는 속도나 주량도 자기 취향대로다. 와인은 그 자리에 모인 이가 모두 같은 잔으로 마시지만, 어떤 와인을 마실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자리를 마련한 이가 제안하는 와인으로 할 때도 있고, 고기나 생선 등 저녁 식사 종류에 따라 와인이 결정되기도 한다. 때로는 레스토랑에서 추천하는 와인으로 할 때도 있다. 저녁 식사 후 술을 마시거나 바에 가는 경우에도 역시 각자 취향에 따라 주문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또 술집에서 화면이 커다란 TV를 보면서 친구들과 대화하며 술 마시는 일도 흔하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한국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애초부터 외국인을 염두에 두고 만든 바 이외에는 미국처럼 모든 손님이 TV를 보면서 마실 수 있는 술집을 아직 보지 못했다.
한국의 음주 문화를 경험하면서 장점도 많이 발견했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집단적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음주 등 회식이 누군가에게 부당한 압력이나 괴롭힘이 되지 않기 위해선 그 집단의 리더십이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회식을 통해 집단이 더 생산적으로 능력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회식 문화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미국의 회식을 어느 한쪽이 더 낫다고 평가하기보다는, 이를 통해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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