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17] 아홉 가지 군주 유형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 1. 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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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나라를 세운 탕왕은 이윤(伊尹)이라는 뛰어난 인물을 재상으로 모시기 위해 다섯 번이나 찾아갔다가 다섯 번 거절당하고서야 마침내 정사를 맡길 수 있었다고 한다. 마침내 탕왕을 찾아온 이윤이 가장 먼저 탕왕에게 한 이야기는 구주(九主)였다고 사마천 ‘사기’는 전하고 있다.

구주란 아홉 가지 군주 유형이다. 한나라 학자 유향 풀이에 따르면 법군(法君)은 진시황처럼 모든 것을 법으로 다스리는 군주다. 전군(專君)은 자기 혼자서 다 하느라 신하들에게는 아무것도 맡기지 않는 군주다. 한나라 선제(宣帝)가 이런 유형이다. 반대로 수군(授君)은 스스로 다스릴 능력이 없어 정사를 신하에게 다 맡겨버린 군주다. 노군(勞君)은 우왕처럼 천하를 위해 노고를 다한 군주다. 박정희 대통령이 여기에 속한다 하겠다.

등군(等君)은 신상필벌을 실상에 맞게 하는 군주다. 한나라 유방이 여기에 속한다. 기군(寄君)은 아래로 백성을 힘들게 하면서 자기는 위에서 교만을 부리는 군주다. 고군(固君)은 군사력만 챙기느라 백성을 힘들게 하는 군주다. 북한의 역대 지도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파군(破軍)은 상대를 가벼이 여기다가 외적을 불러들이는 군주로 조선 선조나 인조가 여기에 가깝다. 끝으로 삼세사군(三歲社君)은 어린 나이에 임금이 된 군주로 조선에서는 단종이 대표적이다.

흔히 성군(聖君)이나 명군(明君) 아니면 암군(暗君)이나 혼군(昏君) 식으로 나누는 이분법보다는 매우 현실적이고 유용한 분류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수군(授君)에 가까운 대통령 시기를 마감하고 새 대통령을 뽑으려 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들은 노군(勞君)을 바라지만 지금 나온 후보들을 보면 난망(難望)이다. 전군(專君) 아니면 수군(授君) 유형뿐이다. 게다가 유력 후보 둘은 언제 법군으로 돌아갈지 모른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에 대한 뜨거운 열기는커녕 냉랭함만이 감도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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