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간지럼
[경향신문]
아이들과 종종 놀게 돼. 간지럼을 태우고 노는 게 가장 재밌다. 애 엄마들이 쪼아보며 말리지만 재밌는걸 뭐. ‘웅크리다’라는 말을 여기선 ‘쪼글시다’라 하는데, 몸을 접으면 뒤에서 또 간지럼. 웃다가 결국 아이가 흘겨본다. “눈곰치냐?” 이쪽 동네 말로 번역기를 돌리자면. 아이 눈에서 레이저가 뿜어져 나와. 간지럼 놀이는 울기 직전에 그칠 줄 알아야 또 놀 수 있다.
눈이 두두룩하게 쌓인 마당에서 강아지들과도 놀았는데, 개들도 간지럼을 타는가 발버둥. 한·일관계가 좋으면 애들하고 많이 놀아주고,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거리를 두는 사이. 시바견 두 마리와 웃다 울다 하면서 겨울을 나는 중. 냉동고 산촌, 마을 상수도가 고장이 나서 일주일 넘게 물이 안 나와. 서울로 대피했다가 돌아와서도 똑같아. 자포자기하고 불편을 즐긴다. 정초부터 <극한 직업>이나 <인간극장> 프로에 출연 중인 듯. 살살 웃음이 난다.
절 집안에선 생선을 ‘칼나물’이라고 농으로 그런다더군. 사도 바울도 이르기를 건강을 위해서 뭐든 먹어야 할 때가 있댔지. 연말에 과음한 포도주에다 대충 끼니를 잇는 형편이다 보니 몸이 기우뚱. 잘 먹어야 한다는데 흔한 ‘배달의 민족’ 혜택도 없고 나가서 사 먹어야 한다. 살이나 뺄까? 옹동그라진 모양으로 점심을 건너뛰다가 배가 하도 꼬르륵대서 냉장고를 뒤졌는데, 맛나다는 여수 멸치의 ‘멸치똥’조차 없어라. 유명한 별다방 커피나 샌드위치도 불매할 필요 없이 동네엔 아예 가게가 없다. 아무튼 나가려고 차에 시동을 걸었는데, 차가 자꾸 시동 불발. 결국 기십만 킬로미터를 동행해온 차까지 연초에 바꿨다. 내가 나를 각별히 챙겨야 살아남는 정글살이. 생각하면 우울하다만….
생후 7~8개월 아기에게 간지럼을 태우면 자타 분리의 감각을 갖게 된다고 한다. 간지럼을 잘 안 타는 사람은 어려서 스킨십이 적었던 탓이란 말도 있더군. 꼬인다고 찌푸린 얼굴로 살지는 말 일이다. 먹고 싶었던 칼나물 아귀찜을 먹고 나니 인생 만사가 헤헤. 이 글도 쉽게 쓱쓱.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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