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학습, 준비 안 된 2년의 교훈

방수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노원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장 입력 2022. 1. 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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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너무도 갑자기 비대면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 마치 외국의 첨단시설을 자랑하는 학교나 공상과학 소설에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서 펼쳐지게 된 것이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실시간 비대면 수업이 일상이 되었다. 2년 동안 디지털 시간을 최소한 20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그런데 꿈같은 미래사회가 되었는데 많은 학부모와 아이들은 비대면 수업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우리가 원하던 미래는 무엇이었을까?

방수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노원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장

갑작스러운 시작에 많은 아이가 홀로 집에서 비대면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부모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에게만 맡긴 채 비대면 수업이 진행됐다. 뇌과학 연구를 참고하면, 컨트롤타워가 더 약한 아이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서머빌의 2010년 연구 보고 ‘A time of change: Behavioral and neural correlates of adolescent sensitivity to appetitive and aversive environmental cues’에도 나와 있듯 청소년기는 충동의 드라이브를 이끄는 변연계의 발달은 왕성한 데 반하여 아직 이를 통제할 전전두엽의 실행기능은 발달이 더딘 상태이다. 통상적으로 2~3년의 차이가 생기고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중2병’의 시기와도 얼추 비슷하다. 따라서 어떤 즐거운 자극이 주어졌을 때 성인들처럼 잠시 즐거움을 미루고 조금은 지루하지만 해야 할 일을 하는 통제력이 약하다. 이런 의미에서 본인 외의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

최근 연일 블록체인이니, 메타버스니 하는 각종 뉴스로 정신이 없다. 아이들을 둘러싼 디지털 환경은 그야말로 생존경쟁의 현장이다. 기기 앞의 아이는 한 명인데 이 아이를 유혹하는 달콤한 종합선물세트를 만드는 전문가들은 수십 명이다. 따라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학습을 제공하려면 학년별 특성 및 개인적 소인을 고려한 사용 프로그램의 유형 및 외부 환경 차단 등을 미리 계획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 및 학교 특성에 따른 차이가 있을 것이므로 전국적으로 같은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지역별 혹은 각 학교 환경에서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자유시간에 어떤 것까지 허용할 것인지 지역 및 학생 특성을 반영한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

환경적 고려 외에 학생 개인의 특성에 맞춘 계획도 필요하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수업을 시행하는 경우 학생 개인이 디지털 기기 사용의 장단점에 얼마나 이해도가 있고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특히 우울, 불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있는 ADHD 등 조절에 약점이 있을 수 있는 학생들이 있는지 개인에 대한 개별화된 디지털 사용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여기에 부모의 디지털 이해도가 더해져야 한다. 학교나 가정에서 일관된 접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나 영상이 등급에 맞는지 혹은 위험한 부분은 없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와 합의가 된다면 필요한 경우 사용 관리 앱의 사용을 고려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 한다. 겉보기에는 종일 게임을 하고 수업을 등한히 하고 미래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여 마지못해 진료실에 내원한 청소년들이 있다. 이들도 막상 현재 상태 그대로 지내는 것과 어떤 변화가 있는 것 사이를 저울질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동기가 생기며 변화의 가능성이 보일 때가 많다.

현재 세계의 변화 추세를 보면 디지털 기기가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의 디지털 사용에 있어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디지털 기기 사용에 자기 결정력과 자율성을 키워나가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방수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노원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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