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임인년의 바이오를 기대하며
2020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사상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고 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수출액은 9조9648억원이었으며 총 연구·개발비용도 2조원을 넘겼고 임상시험 승인건수 역시 급증해 합성의약품 및 바이오의약품을 합쳐 776건에 달했다. 이러한 외형확대와 함께 주목할 것은 다국가 임상시험 승인건수가 국내 임상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우선 다국가 임상시험이 많아진 이유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목표시장이 글로벌로 확대된 영향과 임상개발의 역량이 많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또 바이오기업들의 주요 사업모델은 기술이전이고 대상 회사들은 다국적 제약사인 경우가 많아 연구·개발 및 임상자료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라이선싱 계약을 위해서는 국내 임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종의 임상자료가 포함된 다국가 임상시험 자료가 필요해서다. 비임상 단계에서 라이선싱 계약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글로벌 라이선싱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임상자료로 협상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해외 사업을 위해 다국가 임상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당연하게도 임상 후기로 갈수록 라이선싱아웃 규모가 커질 수 있고 사업성 인정 및 사업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바이오텍사의 성장전략 중 하나여서 라이선싱아웃에 많은 회사가 공을 들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우리나라 바이오기업들의 주요한 사업계획 중 하나는 IPO(기업공개)다. IPO는 말 그대로 회사의 내용을 공개하고 시장에서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공식 과정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많은 회사가 IPO에 이렇게 큰 관심을 두는 이유는 M&A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업을 매각하기보다 IPO를 통해 회사의 역량을 인정받고 싶다는 목표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이오기업들은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매출이나 수익이 나지 않기에 우리나라는 상장특례제도를 운용해 상장에 필요한 정량적 요건을 일부 면제해준다.
물론 제약·바이오기업들을 평가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가정을 전제로 하기에 체크리스트처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마땅치 않다. 그렇기에 기본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역량 부분이 강조되는 정성적인 평가가 이뤄지는데 평가의 기준은 주로 경험에 기반해 시기별로 달라지기 마련이다. 예전이라면 임상진입 여부 또는 임상단계 등으로 사업성의 진척도를 중요시하는 곳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라이선싱아웃을 해당 파이프라인의 실적요인 또는 사업성 요소로 중요하게 다루는 경향이 커진 듯하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기술이전 실적이 15조원을 넘었다고 하고 예년에 비해 전체 규모 또한 커졌는데 많은 수가 상장된 제약·바이오기업이 체결한 거래규모고 상장을 예정한 비상장 제약·바이오기업들도 라이선스 계약에 속속 성공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라이선싱 계약 증가는 사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역량이 그만큼 강화됐다는 증거고 수출의 일부분으로 바이오산업이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라이선싱 계약의 본질을 조금만 이해하면 모든 제약·바이오기업은 라이선싱 계약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비치는 부분에서는 씁쓸한 현실이 존재한다. 라이선스의 목적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계약을 통해 라이선시로 하여금 해당 지역과 목적의 임상을 진행하고 궁극적으로는 제품의 승인과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나누는 것이다. 따라서 라이선시가 인수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의지가 있는지가 성공 여부를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는 게 라이선싱 계약의 본질일 것이다. 전체 계약규모를 크게 하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전체 계약규모에서 업프런트(up front) 비중이 어느 정도냐를 통해서도 상대방의 의지를 추정해볼 수 있고 라이선싱 계약 유무가 사업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하지만 계약 여부 자체가 평가의 의무적인 기준이 돼버린다면 보여주기식 부실한 계약이 양산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어야 한다. 바이오·제약기업의 진정한 사업화의 의미는 궁극적으로는 생명을 위한 것이고 실현돼야 달성하게 된다. 우리 기업들이 의지를 가지고 진행한 라이선싱아웃 결과물들이 각 국가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전해주는 신년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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