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나라 구했다는 ‘3 프로 TV’, 현란하나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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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방송이 나라 구해”
찬찬히 내용 뜯어 보면
경제 원리 안 맞고 모순
국채로 대대적 투자 다짐
‘문재인 시즌 2′ 갈 건가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앞서던 선거 판도가 뒤바뀐 원인으로 야당 내분과 윤 후보 아내 의혹을 주로 꼽지만, 지난 연말 두 후보가 각각 출연한 ‘3프로 TV’도 한몫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후보 출연 조회는 12일 현재 670만회인데 윤 후보는 그 절반 수준인 350만회였다. 시장 반응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3프로 방송이 나라를 구했다”고 흥분했다. 주식시장 전문가 세 명이 진행한다고 해서 ‘3프로’인데 이 후보 지지율은 3프로 늘고, 윤 후보 지지율은 3프로 줄었다는 패러디까지 등장했다.
도대체 이재명 후보가 얼마나 잘했는지 궁금해서 유튜브를 찾아 봤다. 100분 동안 이 후보의 달변이 막힘없이 이어졌다. 전문용어와 관련 통계도 쏟아 냈다. 그런데 막상 방송을 보고 나자 기억 나는 게 없었다. 그럴듯한 얘기를 많이 들은 것 같은데 이 후보 주장이 뭔지 불분명했다. 모씨의 정권 방어 궤변을 들을 때마다 개운치 않았던 느낌이 되살아났다.
지난 주말 KDI 출신 경제통 윤희숙 전 의원이 ‘구국의 3프로 TV를 해체한다’는 전문가 좌담을 유튜브에 올렸다. ‘아수라에서 들려오는 구라’가 부제였다. 이 후보의 답변이 어떤 점에서 경제 원리에 어긋나고, 앞뒤가 안 맞는지 1시간 가까이 조목조목 따졌다. 좌담 참여자인 경영학과 교수는 “이 후보 말이 하도 현란해서 진짜 같고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황당한 얘기”라고 했다. 전문가 분석을 참고 삼아 이 후보 답변을 되새김질해보니 찜찜했던 뒷맛의 정체가 분명해졌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공공 배달 앱을 만들어 시장점유율을 높인 것을 업적처럼 자랑했다. 심판을 봐야 할 지방정부가 민간끼리 겨뤄야 할 시장에 플레이어로 뛰어든 것이다. 이 후보는 돈과 신용이 없는 사람이 높은 이자를 무는 건 정의롭지 않다고 했다. 금융은 산업이고 이자는 대출이라는 상품의 가격인데, 거기에 도덕이라는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정부가 땅을 수용해 공급한다는 이 후보의 기본 주택에 대해 진행자가 “서울에 그런 땅이 남아 있느냐”고 묻자 “수도권 신도시에 하면 된다”고 했다. 소비자 수요는 서울인데, 수도권 공급에 맞추라는 식이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방송 내내 “나는 시장을 존중하는 현장주의, 실용주의”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산업 변화가 너무 빨라서 관료가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관료가 만드는 규제가 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과감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미래 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려면 국가가 대대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관료가 산업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면서, 국가가 선도적으로 미래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니 그 안목과 역량은 누구에게서 나온다는 뜻인가. 이 후보는 곤란한 질문에 답변이 궁색해지면 “정치가 해결할 문제” “복잡한 문제니 다음 기회로 미루자” “시장이 균형을 찾을 것”이라며 어물쩍 화제를 돌렸다.
이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코스피 지수 5000 달성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투명성을 높이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주가조작, 펀드 사기를 단속할 금감원 인원을 현재 20명에서 수백 명으로 늘리면 된다고 했다. 힘센 사람들의 범죄를 추적해서 번 돈 이상을 토해 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에서 라임, 옵티머스 의혹이 터지자 검찰 금융 수사 조직을 해체해 버린 일은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증권 범죄 엄단을 강조하면서 이 후보 자신이 작전주 투자로 돈을 번 경험담을 낄낄대며 털어놓는 심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이재명표 기본 시리즈 공약과 더불어 산업 구조 개편을 위한 대대적 투자까지 한다니 그 재원은 어디서 나올까. 이 후보는 “미래 자산 가치를 앞당겨 투자하면 된다”고 했다. 근사한 표현으로 얼버무렸지만 국채 발행으로 후손에게 빚을 떠넘긴다는 얘기다. 이 후보의 경제정책은 부동산은 다주택자, 주식은 대주주 같은 힘센 놈 때리기와 국가 부채로 돈 풀기 두 가지로 요약된다. 표 얻겠다고 “이재명은 문재인이 아니다”라고 차별화했지만, 정책은 ‘문재인 시즌 2′다.
윤 전 의원은 “이 후보는 늘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해 왔는데 이 방송 속에 그 모순이 집약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실체를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정말 나라를 구한 방송”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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