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외국인은 영어를 알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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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이면 당연히 영어를 할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중국에서 영어를 배운 적이 없다.
대학원 행정실에 업무를 보러 가면 직원들이 외국인인데 영어도 모르냐는 듯 무시하는 눈초리에 "이미 공지했는데요, 다시 확인하세요" 하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응대할 때마다 속에서 분노가 확 치밀어 올라왔다.
외국인은 영어를 알아야 한다는 관념에서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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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는 유엔에서 인정하는 195개 나라가 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는 7097개이다. 영어를 제일 많이 쓸 것 같지만 영어의 사용자 수는 3억4000만명으로 3위(5.21%)다.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언어는 중국어가 14억명(20%)으로 1위, 스페인어가 4억2700만명(6.56%)으로 2위다. 한국어는 북한, 중국, 일본 등 7개국의 사용자를 포함해서 약 7730만명으로 12위다. 다만 사용하는 나라 수로 보면 영어가 106개 나라로 1위이고 아랍어가 58개 나라로 2위다.
2019년 법무부 통계자료를 보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52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4.9%에 해당한다. 학교의 전체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다문화 학생 수는 최근 국내 출생, 중도 입국, 외국인 학생이 모두 증가하였다. 교육부의 2020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 수는 5년간 매년 1만명 이상 증가하여 2020년에는 14만명을 초과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약 15% 증가한 숫자다.
초등학교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교실에 몽골, 중국, 베트남, 미얀마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가정 자녀들이 있다. 이들 모두가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상황인데 담임선생님은 영어를 좀 말할 수 있는 학생 옆에 앉아서 지도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곤 하였다.
물론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교육이 시작되니 영어를 어느 정도 아는 교사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만약 몽골 학생이 1년간 우리 학급에서 함께 공부한다고 하면 선생님의 마인드와 태도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외국인은 영어를 알아야 한다는 관념에서 깨어나야 한다. 학교 현장에선 영어를 아는 외국인 학생은 대접을 받고 다른 언어는 차별하는 현상이 없어져야 한다. 외국인 가정 자녀에게 한국어는 처음 접하는 언어다. 잘 들리지 않고 한 번 들어서는 기억이 되지 않는다. 조급증을 삼가고 학생의 모국어를 몇 마디씩 섞어가면서 천천히 반복해서 설명해 주면 학생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초국적 시대에 이제 ‘영어만 알면 된다’는 단견에서 벗어나 세상의 모든 언어는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배정순 이중언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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