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실업 수준'..핸드볼리그 축소 결정이 어이없는 이유 [기자의 눈]
[경향신문]
SK핸드볼코리아리그는 2021~2022시즌 축소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개막한 남자는 4라운드에서 3라운드로 시즌을 줄였다. 코로나19 감염선수가 속출하고 국가대표팀 일정과 겹친다는 게 이유다. 남자는 2월에 리그를 이어간다. 여자는 지난 6일 비로소 개막했다. 겨울 리그를 도입한 지 불과 3년도 안 돼 오히려 뒷걸음질한 형국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수 종목들은 리그 중단, 축소, 시즌 조기 종료 등이 불가피했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프로 종목들은 이 같은 결정에 무척 신중했다. 프로스포츠라고 하면 리그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 선수단 생계, 구단 재정, 모기업 및 스폰서 권리, 미디어, 팬을 모두 중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 종목들은 2021년 코로나19 시대 속에 두번째 시즌을 치르면서 어떻게 해서든 리그를 이어가고 팬들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핸드볼리그 축소 결정이 의아한 이유다. 리그 축소 결정이 나와도, 너무 냉정하리만큼 여파가 없다. 미디어는 조용하고 아우성치는 팬도 소수다. 한마디로 핸드볼리그가 존재감이 없다는 방증이다.
회장사 SK는 11년째인 리그의 프로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리그는 실업 수준이다. 리그를 운영하는 곳은 대한핸드볼협회다. 다른 프로 종목들은 별도 단체가 리그를 운영한다. 별도 핸드볼리그 홈페이지도 없다. 협회 홈페이지 한쪽에 리그 코너가 있을 뿐이다. 그곳에 나오는 정보도 사진, 텍스트 수준이다. 선수 이름, 구단 이름은 클릭조차 안 된다. 선수 이름으로 검색해도 신체조건, 소속팀이 나오는 게 전부다. 경기 기록지도 종이 기록지를 PDF 파일로 옮긴 수준이다. 핸드볼리그는 무료, 유관중으로 진행된다. 관중 수는 어디에도 안 나온다.
핸드볼리그는 남자 6개, 여자 8개팀으로 운영된다. 기업팀은 SK, 두산 등 일부다. 절반 이상이 지자체팀이다. 지자체팀은 프로의식이 약하다. 전국체전 등에서 성적을 내면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성적을 내지 못해도 숨을 죽인 채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연명할 수 있는 곳도 적잖다.
최태원 핸드볼협회장은 협회 홈페이지에 시즌 대회사에서 “협회와 구단이 합심해 핸드볼이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적었다. 핸드볼이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가 됐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핸드볼리그는 ‘든든한’ 회장사 덕분에 걱정 없이 굴러가면서 선수와 지도자 생계를 책임지는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하다. 선수단 관리, 구단 운영 방침과 비전, 마케팅 전략, 미디어와 협업, 관중 확보 등에서 수준 높은 정책 없이는 대표적인 겨울 종목이 될 수 없다. 지자체 구단들도 경기만 치르면서 조용히 연명하겠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감 없이는 핸드볼 미래도 없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 국힘 박상수 “나경원 뭐가 무서웠나···시위대 예의 있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 늙으면 왜, ‘참견쟁이’가 될까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장 해임 “모두 이유 없다”…권태선·남영진 해임무효 판결문 살펴
- 내란의 밤, 숨겨진 진실의 퍼즐 맞춰라
- ‘우리 동네 광장’을 지킨 딸들
-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과해요, 나한테
-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 돌진…70명 사상
- [설명할경향]검찰이 경찰을 압수수색?···국조본·특수단·공조본·특수본이 다 뭔데?
- 경찰, 경기 안산 점집서 ‘비상계엄 모의’ 혐의 노상원 수첩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