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니폼 입은 윤빛가람 "세 번 떠나고 네 번 돌아온 제주..어머니의 땅에서 끝까지 빛나리"

서귀포 | 황민국 기자 2022. 1. 1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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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화려한 기량으로 날아오르다
유럽 진출 좌절된 뒤 추락 거듭
제주에서 중국으로, 또 제주로
상무·울산 거쳐 또 한 번 컴백

제주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지난 11일 제주 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과거 자신이 입었던 제주 유니폼을 가리키고 있다. 서귀포 | 황민국 기자

바다로 둘러싸인 섬 제주는 어머니와 같다. 과거 유배지로도 불렸으나, 자신을 찾는 이들에겐 언제나 곁을 내준다.

제주가 고향이 아닌 뭍사람 윤빛가람(32)도 어머니의 땅이라 말한다. 축구 선수로 어려움을 겪을 때면 제주를 찾아 오뚝이처럼 일어섰던 터. 어머니의 품을 떠나는 새처럼 제주에서 날아올랐던 그는 올해 다시 제주에 안착했다.

지난 11일 제주 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윤빛가람은 “제주를 세 번 떠났고, 네 번 찾았다. 내가 힘들 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 제주에서 마지막으로 다시 뛰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 번 떠났고, 네 번 찾았다

계약 당시 ‘플로깅 옷피셜’로 화제를 모았던 윤빛가람의 제주 입단 사진. 서귀포 | 황민국 기자·제주 제공
쓰레기 청소 봉사 ‘애정’과시
“이젠 우승컵으로 보답할 것”

한때 태극마크를 달고 화려한 기량을 뽐냈던 윤빛가람의 커리어에서 제주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유럽 진출이 좌절된 뒤 추락을 거듭하던 2013년 처음 제주에 입단한 것이 첫 인연이었다. 은사인 박경훈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의 지도 아래 조금씩 기량을 끌어올린 그는 2015년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윤빛가람은 그해 공격 포인트만 13개를 쌓은 활약을 바탕으로 이듬해 중국 옌볜 푸더에 이적했다.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윤빛가람을 받아준 팀도 제주였다. 옌볜을 떠나 반년간 제주에서 뛴 뒤 2017년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에 입대했고, 전역한 뒤에는 다시 제주에서 4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을 보냈다. 이후 울산 현대로 떠나며 그렇게 끝난 것으로만 알았던 제주와의 인연은 올해 다시 시작됐다.

윤빛가람은 “제주에서 뛰었던 과거는 힘들 때나 좋을 때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한 것이 하나 없어 고맙다”며 “새롭게 뛸 곳이 필요했던 새해 제주의 연락을 받은 것은 운명과 같았다”고 말했다.

윤빛가람이 제주에 가진 특별한 감정은 팬들에게 전한 첫 인사에서 잘 드러났다. 축구 선수들의 흔한 ‘옷피셜’(유니폼을 입고 찍는 공식 입단 사진)이 아니라 제주를 상징하는 서귀포항을 찾아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선보인 것이다.

당시를 떠올린 윤빛가람은 “주변에선 ‘제주가 많이 깨끗해지겠다’고 농담을 던지더라.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제주에 다시 터를 잡고 싶은 마음이 생긴 순간”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인연은 끝까지…우승컵으로 보답할게요

윤빛가람이 제주에 더욱 애정을 품게 만드는 것은 제주에서 뛰는 이들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부경고 후배이자 제주의 터줏대감인 이창민을 비롯해 지난해 K리그1 득점왕 주민규, 그리고 나란히 제주에 입단한 최영준까지 익숙한 얼굴로 가득하다. 윤빛가람은 “제주에 입단하기로 결심했을 때 창민이가 가장 먼저 ‘다 같이 재밌게 뛰자’고 연락을 하더라”면서 “서로 잘 알고 있는 선수들과 함께 좋은 축구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웃었다.

땅과 사람이 모두 친숙한 윤빛가람은 이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이 지난해까지 뛰었던 울산 그리고 K리그 초유의 5연패를 달성한 전북을 위협해 하나의 우승컵이라도 가져오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객관적인 전력만 따진다면 ‘양강’ 구도를 깨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제주가 자랑하는 궁합의 힘이라면 불가능은 없다.

그 하나가 윤빛가람이 자랑하는 세트피스 플레이다. 날카로운 오른발 킥을 자랑하는 그가 페널티지역에서 가까운 쪽에서 프리킥을 차거나 코너킥을 맡는다면 강팀도 긴장을 풀 수 없다.

윤빛가람은 “상무 시절에 1년간 같이 뛰었던 (주)민규는 위치 선정이 탁월해 궁합이 좋다”면서 “거침없는 몸 싸움이 일품인 (김)오규형도 세트 플레이에서 꼭 필요한 선수다. 내가 잘 차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빛가람이 우승컵을 간절히 바라는 것은 자신을 기다려 준 제주에 대한 부채 의식이기도 하다. 이번엔 이별 없이 축구화를 벗을 때까지 뛰고 싶은 제주에 우승컵 하나는 선물하고 싶어서다. 자신이 가장 잘했던 그해(2015년) 준우승에 그쳤던 아픔을 이번엔 털어내야 한다. 윤빛가람은 “우린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이라며 “내가 입는 마지막 유니폼이길 바라는 제주에서 후회 없이 뛰고 싶다”고 말했다.

서귀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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