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다니는 곳이고, 핵겨는 댕기는 디여" 사투리는 '소통'.."우리 것이 좋은 것이쥬"
[경향신문]

표준어 역시 ‘서울 사투리’ 해당
각지의 방언은 그대로 다 훌륭
일화 곁들인 해설들 ‘흥미진진’
“할머니, 학교랑 핵겨는 어떻게 다른 말이야.”(충청도 손주) “학교는 다니는 곳이고, 핵겨는 댕기는 디여.”(충청도 할머니)
이명재 시인(59)이 최근 출간한 <속터지는 충청말2·사진>(작은숲)에 나오는 대화 내용이다. 그는 시를 쓰면서 충청도 사투리를 연구한다. 지금까지 충청도 사투리와 관련된 책만 8권을 썼다. 그는 “할머니가 사투리에 대한 아무런 편견도 없이 표준어와 방언의 차이를 손주에게 정확하게 전달했다”면서 “아이가 금방 알아듣도록 아주 구체적이고 딱 부러지는 해설을 한 것”이라고 12일 설명했다. ‘핵겨’는 ‘핵교’와 함께 충청도 사람들이 ‘학교’를 이를 때 쓰는 말이다. ‘댕기다’는 ‘다니다’를, ‘디’는 ‘데(곳)’를 각각 의미하는 충청도 방언이다.

그는 말한다. “충청도에서 쓰는 말은 충청도 사투리고, 서울에서 쓰는 말은 서울 사투리일 뿐”이라며 사투리는 좋지 않은 말이거나, 수준이 낮은 말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만약 할머니가 “ ‘핵겨’라는 말보다는 ‘학교’라고 쓰는 게 좋은 거야”라고 손주에게 설명했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그는 “만일 방언이 좋지 않은 말이거나 수준 낮은 말이라면, 서울 방언을 표준으로 삼은 표준어 또한 좋지 않은 말이거나 수준 낮은 말이 되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우리 국어가 훌륭한 말인 것처럼 충청도 사투리나 전라도 사투리, 경상도 사투리 등 모든 사투리 역시 훌륭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투리가 우리의 언어자원을 풍성하게 만드는 절대적인 요소라면서 제대로 된 ‘사투리 사용법’을 몇 가지 제시했다. 그는 먼저 지역민들이 지역에서 생활할 때는 가능한 사투리를 써야 한다고 했다. 반면 다른 지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사투리를 쓰면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어 이런 자리에선 표준어를 써도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각 지역의 사투리와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자고 밝혔다. 그는 “경상도·전라도 등 타지의 사투리를 인정하면 충청도 사투리도 인정받게 된다”면서 “이런 열린 언어생활이 우리의 언어문화를 풍성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로 그 안에 ‘우리 것’이 살아있다는 점을 들었다.
“예를 들어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구사하는 음악의 장르는 미국·영국 등 서양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그 속에 우리의 전통음악(국악)과 언어가 깔려 있고 섞여있기 때문에 세계인이 좋아하는 것입니다. ‘우리 것’이 바로 정체성이고, 그 정체성의 뿌리 중 하나가 바로 우리의 사투리, 우리의 언어입니다.”
이번에 낸 <속터지는 충청말2>는 충청도 사람들이 즐겨 써온 150여개의 사투리를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듣다 보면 속이 터지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뭉클한 감동이 있고, 그래서 눈물이 나는 충청도 사투리의 특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제목이다. 충남 예산 출신인 그는 충남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요즘 충청도 사투리의 원형이 잘 남아있는 지역 사투리를 찾아 정리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서산·태안·당진·홍성·예산 등 이른바 내포 지역은 지리적 특성 덕분에 다른 지역 언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공통점이 있다.
“충청도 사투리를 제대루 헐중 아는 연예인은 그레두 최양락·김학래·이영자 정도를 꼽을 수 있쥬.” 세 사람 모두 충청도에서 나고 자란 연예인들이다.
그가 탐구하는 충청도 사투리의 영역은 한도 없고, 끝도 없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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