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오미크론 마지막 고비..방역, 유연해져야"
[경향신문]
‘오미크론 대응’ 기자회견
국내 환자 40명 임상 결과
절반 ‘무증상’·중증 드물어
전파 방지에 초점 둔 방역
피해 최소화로 옮겨가야
국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의 절반가량은 증상이 없었고, 폐렴 등 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오미크론 대유행은 설연휴 전에 시작돼 두 달 안에 끝날 것으로 관측됐다. 국내에선 처음 나온 오미크론 감염자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예측한 결과다. 다만 하루 신규 확진자 중 해외유입 사례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90% 가까이가 오미크론으로 확인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급속 확산세다. 전파력이 강한 만큼 수많은 경증 환자를 동네 민간의원이 맡는 등 의료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문도 뒤따랐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12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오미크론 유행,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연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이 이번 팬데믹(세계적 유행)에서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며,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오미크론 대유행 고비를 넘으려면 ‘엄격한 K방역’을 상황에 따라 ‘유연한 K방역’으로 바꾸고 코로나19도 기존 의료체계에 편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오미크론 확진자 임상 결과를 근거로 들어 “기존 바이러스는 폐렴을 잘 일으키는데 오미크론은 잘 일으키지 못한다”고 했다. 중앙의료원 감염병임상연구센터가 지난달 4~17일 오미크론 확진자 40명을 관찰·분석한 결과, 47.5%는 아무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나머지 확진자들에게 나타난 인후통·두통·발열·기침·가래 등 증상을 두고 연구진은 “전반적으로 약한 감기 증상”이라고 했다. 15%만이 약한 폐렴 증상을 보였다. 앞선 해외 임상 결과에서도 오미크론 확진자 중증도는 낮았다.
민간·공공 분리된 진료로
밀려들 확진자 감당 못해
2~3일에 2배씩 증가 예상
1차 진료는 ‘동네 의원’에
다만 전파력은 다른 변이보다 훨씬 강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확진 사례 중 오미크론 검출률은 12월 다섯째주 4.0%에서 1월 첫째주 12.5%로 상승했다. 오 위원장은 “오미크론 유행이 시작되면 환자 수는 2~3일에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정부가 방역·의료체계 개편을 준비하는 배경이다.
오 위원장은 “이제는 전파 방지가 아니라 피해 최소화와 사회기능 유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확진자 1차 진료를 동네 의원이 맡아야 한다. ‘민간은 비코로나-공공은 코로나’ 진료란 이분법으로는 밀려들 확진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이 유행하면 확진자가 격리병실이 아니라 일반병실에서 진료를 받거나, 필요한 경우 의료인을 대거 확충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란 설명이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수요를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로 돌리는 일도 과제로 꼽히며, 실제 정부가 검토 중이다. 오 위원장은 오미크론 유행은 델타 등 다른 변이 때와 확연히 다르다는 취지에서 “코로나22”라고 표현했다.
정부가 의료체계 개편 등 대비만 잘한다면 대유행을 끝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기현 중앙의료원장은 “오미크론의 강을 건너면 코로나의 끝자락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의 박멸·종식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비상대응의 끝”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고령층과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백신 접종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쓰나미처럼 몰려올 오미크론에 감염되고 매우 위험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4388명 중 해외유입은 381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88%는 오미크론 감염자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참석자 중 70여명이 확진됐다. 정부는 CES 참석자 중 격리 면제자에 대해 재택근무 권고 기간을 기존 3일에서 10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달 3일까지 시행 예정인 ‘입국자 10일 격리’ 조치는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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