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 속 실종 6명, 열화상카메라·수색견만으로 언제 찾나"
[경향신문]
콘크리트 더미 수m나 쌓여
“전화하니 통화음만 두 번”
연락 두절 가족들 발 동동
실종자 중 외국인은 없어
당국 “26~28층 특이 반응”
“붕괴된 콘크리트 구조물 더미가 수 미터나 쌓여 있는데 열화상카메라 하나로 어떻게 수색을 할 수 있느냐.” “수색견만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
12일 오후 전날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건설 현장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수습본부 공무원들에게 더딘 수색·구조 작업에 대해 거칠게 항의했다. 가족들은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수색이 중단된 첫날에 이어 둘째날까지 구조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실종자들이 이틀째 추위에 떨고 있는데 구조가 왜 이리 늦어지냐”면서 “구조작업이 늦어져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남성의 매형은 사고 건물에서 연락이 두절됐다. 이 남성은 “수색작업 등의 정보가 가족들과 공유되지 않고 있다”면서 “실종자들의 신원도 가족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아 알아냈다”며 답답해했다. 이어 “광주시도, 구청도 재난 대응에 미흡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큰 사고가 났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로 연락이 두절된 노동자는 모두 6명으로 50대 4명, 60대 2명이다. 당초 발표와는 달리 외국인 노동자는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에 따르면 이들은 사고 건물에서 실리콘 작업, 소방설비 업무, 배관 업무를 하다 변을 당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날이 밝자마자 현장을 찾아와 무너진 아파트 공사현장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이모부가 실종된 30대 남성 박모씨는 “31층에 이모부가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가 지면 또 수색이 중단될 텐데 추운 날씨에 무너진 건물 안에 있는 이모부가 걱정된다”고 했다.
50대 남편이 실종됐다는 한 여성은 “남편이 실리콘 작업을 하러 들어간다고 해놓고 소식이 끊겼다”면서 “뉴스를 보고 전화를 하니 통화음만 두번 정도 울리다 끊겼다”며 울먹였다.
지난해 6월 발생한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인 김명우군과 김은순씨 유족 2명은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이들은 “선진국에서는 이런 사고가 나면 수천억원대의 벌금을 물기 때문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면서 “당시 우리가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제야 이뤄졌다”고 말했다.
수습본부는 이날 오전 수색을 진행했다. 당국은 구조견들이 붕괴된 건물 26층과 28층 사이에서 특이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구조대원이 접근하기 힘들어 날이 밝는 대로 크레인을 동원, 수색을 진행할 계획이다. 붕괴 위험이 있는 140m 높이의 타워크레인은 해체하기로 했다. 해체에는 3~4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딘 수색으로 가족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가족들은 오후 4시쯤에는 “직접 사고현장에 들어가야겠다”며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안전차관)이 가족들이 모여 있는 천막을 찾아 수색 계획을 설명했다. 가족들은 “정보를 공유해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본부장은 “실종자 수색 상황을 하루 두 차례 정도 가족들이 전달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삭·박용근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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