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콘크리트 타설에 강풍".."혹한기 공사 강행 탓"

박용근·강현석 기자 2022. 1. 1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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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원인 무엇인가

[경향신문]

12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은 흡사 한쪽을 뜯어낸 것처럼 39층짜리 건물의 23∼38층 외벽이 무너졌다. 국토교통부와 광주시, 광주경찰청 등은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지만 수색·구조 작업이 먼저이기 때문에 사고원인 조사에는 본격적으로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사고 현장 등에서는 이번 붕괴사고의 원인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가장 많이 제기된 사고 원인은 콘크리트 타설 하중이 무리하게 가해진 상황에서 강풍까지 불어 외력을 견디지 못해 벽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지난 11일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콘크리트벽과 타워크레인 지지물,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위한 거푸집 등이 풍압과 타설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건물에서 동시에 뽑히면서 외벽 일부가 무너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혹한기에 진행된 콘크리트 양생(타설 후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도록 콘크리트를 보호하는 작업)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조창근 조선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에는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충분히 줘야 강도가 유지된다. 양생 기간이 충분했다면 일부 충격이 있더라도 이처럼 한꺼번에 붕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겨울철에는 콘크리트 타설에 신중을 기해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공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겨울철 혹한기에 공사를 진행했을 경우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최근 광주지역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을 감안해 보면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면서 빚어진 사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는데도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등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다는 공사 관계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오는 11월 예정인 입주 일정에 맞추기 위해 현대산업개발에서 “공사 기간을 앞당기라”는 지시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보다 부주의로 인한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상진 전주대 건축과 교수는 “사고 과정을 보면 현장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주의가 제일 큰 이유로 추정된다”면서 “국내 시공 기술상 대형 건물이 콘크리트 양생 과정이 잘못돼 무너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 정도의 퀄리티는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대형 건설사는 자신들의 이익금을 떼고 하청을 주면서 감독은 사실상 손 놓고 있는 구조”라며 “하청에 하청을 주게 되면 자재는 제대로 쓴다 하더라도 고비용이 드는 전문인력을 쓸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박용근·강현석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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