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부품 써야만 안전?..공정위, 현대차·기아 과장 표시 제재
[경향신문]
‘비순정 품질 낮다’ 허위 정보
취급설명서 명시…구매 유도
업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일부 차종 여전한데 ‘경고’만
“자사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합니다”(현대 쏘나타 LF) “순정부품 이외의 부품 사용은 차량의 고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기아 K7프리미어)
순정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것처럼 표시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12일 자사 순정부품과 비순정부품의 성능 등에 대해 거짓·과장의 표시를 한 현대차와 기아에 경고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2012년 9월부터 최근까지 차량취급설명서에 순정부품 이외의 모든 부품들은 품질과 성능이 떨어져 사용에 부적합한 것처럼 표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이 같은 거짓 정보를 2000년대 이전부터 차량취급설명서에 표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2012년 이전 건은 공정거래법상 처분시효(신고접수일로부터 7년) 경과로 이번 사건에서 제외됐다.
순정부품은 완성차를 만들 때 사용되는 부품과 동일한 부품을 뜻한다. 그 외 제품은 비순정부품으로 불린다. 여기에는 규격품을 비롯해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에서 성능·품질을 인증받은 인증대체부품도 포함된다.
‘비순정부품은 성능이 떨어진다’는 현대차·기아의 표시와 달리 비순정부품은 안전·성능에 관한 시험과 기준을 통과한 규격품으로 순정부품과 비교해 품질·성능이 부족하지 않다. 순정부품과 성능은 유사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그럼에도 현대차·기아는 공신력 있는 차량취급설명서를 통해 비순정부품의 품질·성능이 떨어지고 위험하다고 표시해 소비자로 하여금 순정부품 구매를 유도해왔다.
공정위는 자동차 부품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이 큰 전문영역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거짓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였을 것으로 판단했다.
현대차·기아의 순정부품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공급한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현대모비스의 부품 판매 매출을 올릴 목적으로 거짓 표기를 고수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반인들은 차량취급설명서를 공식 매뉴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순정부품을 쓰지 않으면 차량이 쉽게 고장나고 애프터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오인할 수 있다”며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만든 잘못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대차·기아의 거짓 표시에 대한 처분은 경고에 그쳤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2000년대 초 외국산 가짜 부품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소비자에게 비순정부품의 사용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해당 표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2018년 11월 이후 출시된 차종의 차량취급설명서에는 해당 표시를 삭제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의 설명과 달리 팰리세이드 등 일부 차종의 차량취급설명서에는 문제로 지적된 내용이 여전히 표시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을 담당한 실무진은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소회의에서 여러 사유를 감안해 경고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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