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시공 등 '인재' 광주 아파트벽 붕괴, 이게 선진국인가

입력 2022. 1. 1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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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이 12일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축공사 중인 고층아파트 외벽이 붕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지난 11일 광주에서 발생했다. 고층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6명이 실종됐다. 시공사는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 때도 시공을 맡았던 현대산업개발이었다. 7개월 만에 같은 지역, 같은 시공사의 공사 현장에서 유사한 대형 안전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지난번 사고 때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라고 자인하며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이 무색하다. 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리하고 부실한 시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건물 최상층부인 39층의 콘크리트 타설용 대형 거푸집이 무너진 것을 최초 원인으로 추정하며 콘크리트 양생 불량 등 부실 시공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하층 콘크리트가 채 굳기 전에 상층을 쌓아올리다 거푸집이 무너지며 16개 층이 도미노처럼 붕괴했다는 것이다. 현장 안전 부주의와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지적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 공사장은 지난 2년6개월여 동안 구청 현장 점검에서 작업시간 미준수 등이 적발돼 14건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는데도 지금까지 시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도급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결국 이번 사고 역시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친 인재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당국은 이런 문제를 포함, 현장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

광주시는 12일 행정명령을 내려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경찰은 현장소장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해 학동 참사 때 9명이 기소됐지만 8명은 하도급·재하도급 업체 인사였고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1명뿐이었다. 대기업 시공사는 빠져나가고 하도급 업체만 벌을 받은 것이다. 이런 꼬리 자르기식 처벌로는 되풀이되는 참사를 막을 수 없다. 당국은 반드시 현장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원청의 책임을 묻고, 탈법을 엄격히 제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고 직후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대형 공사장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사고수습본부를 차리고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특별감독을 지시하며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사고 때마다 나오는 조치가 이번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뒷북 점검과 말뿐인 대책으로는 후진국형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이 점을 명심하고 건설 현장의 안전불감증을 뿌리 뽑을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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