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권자 불안 부추긴 윤석열의 선제 타격론, 무책임하다

입력 2022. 1. 1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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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북 선제 타격론을 꺼냈다. 윤 후보는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마하 5 이상의 미사일은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면 조짐이 보일 때 ‘3축 체계’의 맨 앞에 있는 ‘킬 체인’ 선제 타격밖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비록 북한이 핵을 탑재한 극초음속 미사일로 도발할 조짐을 보이는 경우를 가정했지만, 남북 모두에 금기어나 다름없는 ‘선제 타격’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시민의 불안은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은 채 한반도를 한순간에 전장으로 만들 수 있는 충격적 주장을 꺼낸 윤 후보 언동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새해 벽두에 나온 북한의 무력시위의 부적절성은 말할 것도 없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전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정도만 보유한 최첨단 무기체계로 현존 미사일방어 체계로는 탐지와 요격이 매우 어렵다. 한반도의 불안전성을 키우는 새로운 위협에 비장한 각오로 대비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진정한 지도자라면 이런 때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며 대응책을 내놓게 해야 한다. 자신의 대응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윤 후보는 이를 무시했다. 윤 후보는 기자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스스로 ‘핵을 탑재한 극초음속 미사일로 도발할 조짐을 보이면’이라는 가정을 덧붙여 대답했다. 북한의 핵공격 조짐이 보일 경우, 선제 타격으로 대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단순한 미사일 위협에 선제 타격으로 대응하자는 주장은 말이 안 되니 상황을 과장한 것이다. 정황으로 볼 때 윤 후보가 선제 타격론을 꺼내려고 사전에 계획한 것이라고밖에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 대북 강경론을 펴 지지자를 모으려 한 것으로 보이는데, 외교안보 정책을 접해보지 않은 윤 후보가 과연 이 발언의 의미를 알고나 있는지 의심이 든다.

북한이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능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실체를 파악하고 난 후 정확하게 대응하는 게 옳다. 윤 후보는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멸공’ 글에 불을 지르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 바 있다. 북한을 끌어들여 우리 사회의 분열을 부추기는 참 나쁜 선거운동이다. 지난달 선대위 출범식 때 “당의 혁신으로,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 기반을 확장하겠다”고 한 것은 무엇인지 윤 후보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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