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北극초음속미사일 어떻게 막을까?.. "징후 포착시 선제타격"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북한이 11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참관 아래 실시한 극초음속미사일 최종 시험발사가 "대성공"이었다고 자평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5일에 이날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은 동해 북방 수역 1000㎞ 거리에 설정된 목표에 명중했으며, 이 과정에서 활강 재도약과 240㎞ 선회기동 등을 실증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 당국과 국내외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주장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성능이 "일부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동시에 김 총비서가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무기 시험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북한이 목표로 했던 극초음속미사일 기술이 실현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은 작년 1월 김 총비서 주재 제8차 당 대회 당시 수립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진행해온 핵심과업 가운데 하나다.
이에 뉴스1은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배경과 현재의 기술 수준, 그리고 우리 군 당국의 대비태세 등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극초음속미사일'은?
▶통상 마하5(음속의 5배·초속 1.7㎞)의 속도를 '극초음속'이라고 한다. '극초음속미사일'이란 마하5 이상의 속도로 날 수 있는 미사일을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중·장거리탄도미사일도 종말 단계에선 음속의 수배에 이르는 속도를 낸다. 이 때문에 최근에 탄도미사일의 로켓엔진 추진체에 극초음속 활공비행이 가능한 활공형 탄두를 결합한 극초음속 활공체(HGV·Hypersonic Glide Vehicle) 미사일과 엔진 연소실 내 공기 흐름을 극초음속으로 높인 스크램제트 엔진을 탑재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Hypersonic Cruise Missile) 등 2가지 유형의 무기를 '극초음속미사일' 혹은 '극초음속무기'라고 부른다.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한 게 맞나?
▶북한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미사일은 기본적으로 HGV 탑재 미사일이다. 작년 9월28일 자강도 일대에서 '화성-8형'이라고 명명한 극초음속미사일을 처음 시험 발사했고, 올 들어 지난 5일과 11일 추가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화성-8형'엔 활공비행에 적합하도록 바닥을 평평하게 만든 삼각형 모양의 HGV가 탑재됐던 반면, 올해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은 활공체는 원추형 탄두부에 보조날개(카나드)가 장착된 전형적인 기동 탄두 재진입체(MARV·Maneuverable Re-entry Vehicle) 형상을 띠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이 같은 탄두부의 형상 차이와 시험발사 때 탐지된 비행거리·속도·고도 등을 근거로 북한이 올해 시험한 '자칭' 극초음속미사일은 "극초음속비행체 기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외에선 HGV를 원추형에 가깝게 개발하는 사례도 있다. 활공체를 원추형으로 만들면 상대적으로 활공거리는 짧아지지만 속도와 정확도는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탄두부의 형상만으로 HGV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고도 말한다.
그보다는 활공체의 비행특성이 중요하다. 발사 후 추진체로부터 분리된 활공체가 목표 지점까지 지속적으로 마하5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면서 정밀유도 장치와 날개·측추력기 등을 이용해 고도와 비행경로를 바꿀 수 있다면 HGV로 평가할 수 있겠다.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는 뭘까?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정점고도를 지나 목표물에 떨어지기 전까지 포물선 궤도를 그린다. 따라서 발사지점이 지평선 혹은 수평선 너머에 있어 미사일 발사를 즉각 탐지하지 못했더라도 일정 고도 이상에선 지상이나 해상의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고 정점고도를 지난 뒤엔 탄착지점도 예측하는 게 가능하다. 적이 쏜 미사일을 중간단계 혹은 종말단계에서 요격하는 미사일방어체계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극초음속미사일, 그 중에서도 HGV 미사일은 발사 직후 상승단계까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 같은 궤적을 나타내지만 목표 고도(40~100㎞)에서 HGV가 분리된 뒤엔 목표 고도 도달지점까지의 거리보다 더 먼 거리를 활공비행하기 때문에 탄착 지점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또 HGV가 지평선 너머에서 분리된 뒤 저고도로 날아온다면 이를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선 레이더로 탐지하더라도 요격미사일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진다. 한반도처럼 종심이 짧은 전장 환경에선 특히 그렇다. 단순 계산해서 평양에서 미사일을 마하5의 속도로 쏘면 서울에 닿기까지 1분15초가 걸린다. 탄도미사일 대응에 특화돼 있는 한미연합 전력의 미사일방어체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단 얘기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사시 한미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하기 목적에서 HGV 미사일 개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을 "전략무기"라고 부르고 있어 우리나라와 주일미군기지 등을 겨냥한 전술핵 투발수단으로의 이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단 견해가 많다. 소리 소문 없이 핵공격을 받을 수도 있단 얘기다.
-북한이 만일 우리나라를 향해 '극초음속미사일'로 공격해온다면 막을 수 있나?
▶군 당국은 최고속도 마하5~6의 미사일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현재도 한미 연합자산을 활용해 충분히 탐지할 수 있고, 우리 군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를 통해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단 것이다. 군은 북한이 지난 2019년 이후 다양한 고도와 사거리의 탄도미사일·방사포(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다연장 로켓포) 등을 개발해옴에 따라 그간 고도 30㎞ 이하 하층단계 위주로 구축해왔던 KAMD를 보강해 요격가능고도와 유효사거리를 늘리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북한이 11일 발사한 미사일은 최고속도가 마하10(초속 3.4㎞)에 이르렀던 것으로 우리 군 자산에 탐지됐다. 이 정도 속도를 내는 미사일 수십발씩 한꺼번에 날아올 때, 혹은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과 섞여서 발사됐을 때 실시간으로 탐지·대응하는 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가 포착되면 발사 전 단계에서 선제 타격하는 '전략적 타격체계' 또한 구축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역시 극초음속무기 대응과 관련해선 발사 준비단계에 무력화한다는 이른바 '발사 왼편'(Left of Launch) 전략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란 얘기다. 물론 이를 위해선 상황 발생 전에 이상 징후나 특이동향을 포착해낼 수 있는 감시자산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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